윤석열 징계 핵심 '판사문건' 부결…법관회의, 정치적 해석 경계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0.12.0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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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상보) 7일 법관회의 정기회의서 안건 올렸으나 부결…일각서 제기된 절차 문제 놓고 논란 이어질 수도

/사진=전국법관대표회의 제공/사진=전국법관대표회의 제공


전국 일선 판사들의 대표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재판부 정보수집' 의혹에 대한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재판부 정보수집' 안건 표결, 모두 부결…"정치적 해석 경계해야"
법관회의는 7일 정기회의에서 해당 의혹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찬성과 반대 몇 대 몇으로 부결 결정이 났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이 의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과정에서 제기된 것으로, 검찰이 중요사건을 맡은 판사들의 취미, 학술회 활동경력, 과거 판결, 재판진행 스타일 등 정보를 모아 문서로 정리한 것이 적정했느냐가 쟁점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 정도 정보수집이 사찰인지 잘 모르겠다, 위법성 여부를 떠나 불쾌하다, 사찰 의혹을 제기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등 판사마다 반응이 달랐고, 일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었다.

법관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혹에 대해 법관회의가 공식입장을 표해야 하는지, 표한다면 어떤 입장을 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찬반토론이 있었다. 법관회의가 정식으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절하고, 법관독립이라는 가치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섣불리 입장을 내기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에서는 법관회의가 입장을 표명할 경우 윤 총장이 감찰절차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법관회의의 공식입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법관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지법 장창국 부장판사가 제출한 의안, 이에 대한 수정안 등이 안건으로 채택돼 모두 논의에 올랐다. 안건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및 보고가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자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표결에서 모두 부결돼 법관회의는 공식입장을 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결론을 떠나 법관대표들은 법관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신중론 속 논란 불지핀 비판 글들…'판사선동' 논란까지 불러
장 부장판사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입장을 낸 인물이다. 장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은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형사절차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장판사의 글에 반응을 보인 쪽은 법원이 아니라 정치권이었다. 장 부장판사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은 10여개 안팎으로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때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사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장 부장판사의 글과 엮여 의혹이 커졌다. 김 의원과 장 부장판사 모두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장 부장판사 이후로도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 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 김성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법원 내부망을 통해 공개논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글을 올리면서 신중론으로 흐르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7일 법관회의에서 재판부 정보수집 의혹을 토의 안건으로 채택하면서 내홍이 불거지는 듯한 상황도 연출됐다. 수원지방법원 지은희 판사는 이날 법원내부망에 '다수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안건 상정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다.

지 판사는 "최근 장창국 부장판사님이 제안한 안건을 상정할지 여부, 그리고 상정한다면 어떤 안이 좋을지에 대해 수원지법을 비롯해 의견조회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다수 법원에서 법관들이 신중하자는 의견(반대)이 많았음에도 조금 전 의안 수정을 통한 안건 상정이 강행됐다고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지 판사는 "상정된 안은 사전 의견조회조차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라며 "대표회의 구성원도 아닌 제가 공개적인 발언의 성격을 갖는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것인지 다소 주저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조금 전 해당 메일을 받고 상당히 의아한 마음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일단 법관회의가 공식입장을 내지 않기로 하면서 상황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 판사가 지적한 것처럼 왜 일선 판사들에게 의견을 조회한 안건과 다른 제3의 안건이 법관회의에 상정된 것인지 등 절차상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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