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가수를 잇는 AR에 "감동 ㅠㅠ"…실감기술 경연장된 연말 시상식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12.08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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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열린 MAMA(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의 방탄소년단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무대의 실황 사진(위)과 볼류메트릭이 적용된 방송 송출 화면(아래). 노란 원 안의 인물이 볼류메트릭으로 구현된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영상이다. /사진제공=CJ E&M지난 6일 열린 MAMA(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의 방탄소년단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무대의 실황 사진(위)과 볼류메트릭이 적용된 방송 송출 화면(아래). 노란 원 안의 인물이 볼류메트릭으로 구현된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영상이다. /사진제공=CJ E&M


"윤기야...ㅠㅠ 네 모습을 볼 줄 몰랐어! ㅠㅠㅠ"

7일 자정 무렵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의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들이 눈물 바다가 됐다. 연말 가요 시상식 MAMA(엠넷아시아뮤직어워드) 생방송에서 '볼류메트릭(Volumetric)' 기술로 구현된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가 깜짝 등장했기 때문이다.

슈가는 최근 어깨 수술로 재활 치료 중이라 공식 활동을 쉬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방탄소년단의 최신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공연에서 슈가가 예고 없이 무대 한 가운데로 걸어나와 자기 파트 랩을 했다.



실제가 아닌 가상의 슈가였다. 슈가의 그래픽은 실제로 무대에 선 다른 멤버들과 위화감 없이 어우러졌다. 얼핏 보면 소속사가 무대 후 사진으로 올려 준 실제 모습과도 헷갈릴 정도로 정교했다. 그래픽의 움직임에는 슈가의 평소 제스처까지 묻어나왔다. 실제가 아님에도 아미들 사이에서는 오랜만의 '완전체' 방탄소년단에 감동이라는 반응이 이어지며 화제가 됐다.

팬과 가수가 못 만나는 코로나19 시대 연말 시상식이 AR(증강현실)·MR(혼합현실)·확장현실(XR)이나 3D 입체 오디오 등 첨단 실감(實感) 미디어 기술에 힘입어 오히려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방송계 실감 기술 시대가 열리면서 앞으로 연말 가요 시상식 같은 문화계 이벤트가 기술 박람회 못지 않은 풍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아닌 공연자가 무대 위에…실감 기술 수요 는다
공연업계에서는 이미 지난 10개월 간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대가 시도되고 있다.

MAMA 무대에 사용된 볼류메트릭도 그 중 하나다. 볼류메트릭은 실제 피사체를 4K 이상의 고화질 카메라 수십~수백대로 360도 촬영한 후 이에 3D 모델링 등의 작업을 거친 가상의 피사체로 구현해 내는 기술이다. 피사체의 표정이나 움직임, 원근감까지 살려낼 수 있어 단순한 홀로그램을 넘어선 AR·MR 등을 구현하는 데 사용된다.

'라이프 고즈 온' 무대 위 슈가도 실제 슈가가 볼류메트릭 스튜디오에서 랩을 하는 모습을 촬영해 구현했다는 것이 CJ ENM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당시 생방송 무대 현장 사진에는 슈가 자리를 비워둔 멤버 6명만 찍혔지만 방송에 송출된 화면에는 7명의 '완전체'가 나갈 수 있었다.


생소한 기술이지만 볼류메트릭 기술이 국내에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콘텐츠 투자에 열을 올린 국내 통신사들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서울 서초구에,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본사에 볼류메트릭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미디어·콘텐츠 업계와 IT(정보기술)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공연업계 등에서 실 수요가 생기며 이제 본격적인 활용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CJ ENM 관계자도 "볼류메트릭을 사용한 공연이 MAMA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지난 10월 역시 온라인 진행된 '케이콘택트 시즌2'(KCON:TACT season2) 공연에서도 활용됐다는 설명이다.

AR·3D 입체음향으로 감성 살린 무대 연출
AR 무대 연출이 적용된 지난 5일 MMA(멜론뮤직어워드) 본무대 중 오마이걸 유아의 '숲의 아이'(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동물원을 나온 퓨마'(아래) 무대. /사진=카카오TV 캡처AR 무대 연출이 적용된 지난 5일 MMA(멜론뮤직어워드) 본무대 중 오마이걸 유아의 '숲의 아이'(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동물원을 나온 퓨마'(아래) 무대. /사진=카카오TV 캡처
일반 무대 연출도 AR이 접목되면서 화려해졌다. 지난 5일 MMA(멜론뮤직어워드) 메인 공연은 무대 세트 시설물에 고화질 AR 그래픽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무대가 연출됐다.

예를 들어 오마이걸 멤버 유아의 '숲의 아이' 무대는 과거라면 관객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수풀 AR 화면을 입혀 콘셉트를 살렸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 무대는 정글 속 퓨마의 동굴을 연출한 AR 그래픽 안에서 TXT 멤버들이 춤추는 것처럼 꾸몄다.

온라인으로만 공연을 접해야 하는 관객에게 아티스트의 가창력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한 시도도 이뤄졌다. 카카오는 이번 MMA 본무대 중 임영웅의 무대에서 3차원 입체 음향(EX-3D) 기술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EX-3D는 360도로 스피커를 틀어놓은 듯 소리의 원근감을 느낄 수 있게 음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연말 방송사 시상식 등도 '비대면'…"공연장이 기술 실험장으로"
공연·미디어 업계에서는 앞으로 '비대면' 콘텐츠를 위한 실감 기술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이번 달 중 지상파 방송 3사 연말 가요 시상식이 남아있는데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방탄소년단 비대면 콘서트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을 두 차례나 마무리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을 모아 아예 오는 31일 자체 연말 시상식을 연다고 했다. 연초에도 골든디스크·서울가요대상·가온차트뮤직어워즈 등 굵직한 시상식이 몰려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관객과 아티스트의 아쉬움을 상쇄하고 공연 실황의 감동을 최대한 전달하자는 고민이 이어진다"며 "이 가운데 공연자 간 감염 우려를 막기 위해 공연이 사전 녹화로 진행되는 경우도 적잖다는 점 때문에 각종 실감 미디어 기술을 실험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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