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엇갈린 '심리위원들'…"한계 명확" vs "비리 근절"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임찬영 기자 2020.12.0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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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심리위원 3명,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 성과 평가 … 이 부회장 양형에 영향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7/뉴스1(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7/뉴스1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 성과를 두고 이를 심사한 전문심리위원들의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법원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 위원은 경영윤리 측면에서 개선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한계도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 위원은 준법감시위가 그룹 비리 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실효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해당 의견을 참고해 이 부회장에 대한 형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강일원 전 재판관 "준법경영 위한 작업 진행 중…하지만 아쉬움도"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7일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에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변호사 등 3명을 불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한 의견을 경청했다. 강 전 재판관은 재판부 직권으로, 홍 회계사와 김 변호사는 각각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추천으로 심리위원에 지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의견을 참고삼아 이 부회장에 대한 형량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먼저 의견진술에 나선 강 전 재판관은 "최고경영진이 경영권승계와 관련해 저지르는 위법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실효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점검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 전 재판관은 "중점적으로 본 것은 위법행위를 유형별로 최대한 사전에 예상해 발생가능한 위험을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위법행위가 인지되면 적절히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 측면에서 발전했다고 평가할 만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각 계열사 내 준법감시조직의 독립성과 인력을 강화했다는 점, 누구나 신분이 노출될 위험없이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한계도 있었다고 강 전 재판관은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의) 기간이 짧아서 인지 최고경영진과 관련해 제보된 것은 찾기 어려웠고 대부분 민원사항이었다"며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선제적 예방활동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지 않았나 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강 전 재판관은 "다만 준법감시 권고가 있고 관계사가 TF를 구성해서 세계 3대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실팅그룹에 지속가능한 준법경영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강 전 재판관은 "삼성합병 관련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해서는 준법감시위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고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것들을 보면 관계사 내부조직에 의한 준법감시에 있어 최고경영진에 대한 건은 일정 한계가 있을 수 있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과거에 비해 준법감시가 강화된 것은 맞지만 이번 파기환송심 종료 후 스스로 선기능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강 전 재판관은 "(경영 상 위험에 있어) 새로운 유형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감시 감독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했다. 특히 삼성물산 제일모직 사건을 다시 언급하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보고만 받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준법감시위원회는 관계사들의 협약으로 구성돼 있고 탈퇴가 자유로워서 존속 여부는 관계사들의 의지에 달렸다"고 평했다.

홍순탁 회계사 "준법감시위 모니터링 공백상태…한계 명확"
홍 회계사는 "중요한 것은 준법감시조직이 성역없이 작동하느냐는 것"이라며 성과보다는 한계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 회계사는 "현재까지 준법감시위와 조직은 모니터링 체계를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며 "삼성도 경영권승계 관련 준법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고, 이런 항목에 대한 컨설팅을 보스턴컨설팅그룹 용역으로 발주했다고 한다. 보완될 수는 있으나 현재는 공백상태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회계사도 강 전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 대한 사실조회가 미흡해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 회계사는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고 검찰에 기소됐는데 최고경영자의 리스크는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와 확인, 인사조치와 검토, 대책수립이 최고경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어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말하면서 "지속가능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현재 시점에서 준법감시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김경수 변호사 "준법감시위원들 '살아남기 위한 감시' 얘기해…비리 단서 진전 가능성"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지원인들을 면담해보니 대체로 판사, 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을 선임했고 각자 자신들이 받은 역할이 강화됐다는 것에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며 "또 면담해보니 최고영영진이 영업활동이 아닌 준법감시 관련 사항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외부 후원금 지출을 철저히 점검하는 준법감시의 작은 그물망을 펴고 있고, 총수 등 최고경영진의 거대비리가 걸러질 수 있다"며 "과거에는 사내에서의 어필로 그칠수 있었는데 위원회가 생기다 보니 비리단서를 찾아내면 위원회와 연계해서 더 진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했다. 준법감시위가 삼성그룹 자체적으로 내부비리를 포착, 자정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또 면담 결과 준법지원인들이 자신들의 법령상 책임을 면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최고경영자에 대해서도 예외없는, 철저한 감시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도 했다"며 "위원회는 준법감시활동과 관련해 법령이 정하는 이사회나 감사를 넘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조직"이라고 평했다.

한편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주심재판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냈으며 대전·부산·대구고검장을 역임했다. 홍 회계사는 참여연대 소속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특히 삼성 경영과 조직문화를 오래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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