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체납 야구왕·선박왕 누구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2020.1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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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6965명 및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79개, 조세포탈범 35명 명단공개

삼성 마무리 임창용 /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제공삼성 마무리 임창용 /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제공


전직 프로야구선수 임창용과 한국의 오나시스로 불리며 해운업으로 수조원 재산을 이룬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고액·상습체납자로 명단에 올랐다.



국세청은 6일 12시를 기점으로 고액·상습체납자 6965명과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79개, 조세포탈범 35명의 인적사항을 누리집(www.nts.go.kr)에 공개했다.

체납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를 2억 원 이상 체납하면 이름이 공개된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공개 대상은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거나 기부금 영수증 발급명세서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단체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의무를 불이행한 단체다.

조세포탈범 공개 대상은 장부를 소각・파기하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의 명의로 위장하는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다.

한·미·일 프로리그 섭렵한 임창용이 왜
아쿠르트-주니치경기 / 사진=김영민아쿠르트-주니치경기 / 사진=김영민
국세청에 따르면 풍운아 야구선수 임창용은 이날 종합소득세 등 3억원을 체납한 사유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실명이 공개됐다.


임창용은 팔의 각도를 바꿔서 던지는 변형 사이드암 투수로 한·미·일 리그에서 모두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카고 컵스, 기아 타이거즈 등을 거쳤다. 2019년 3월 11일 은퇴하기까지 국가대표로 공을 세웠다.

임창용이 화려한 커리어와 족히 수십억원이 넘을 연봉 누적액을 두고서도 체납자가 된 까닭으로는 세무당국과 선수 개인이 해외에서 받은 연봉에 대한 이견을 가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국세청은 지난 수년간 해외에서 활역하는 스포츠스타들에 대한 본인 명의 해외금융계좌를 미신고 사례를 수집해왔다.

국내 거주기간과 생계·재산 현황에 비춰 거주자(국내 납세의무자)에 해당함에도 비거주자로 간주해 해외에서 받은 계약금·연봉을 신고 누락한 사례를 발견해 추징한 것이다.

당국은 선수가 해외에서 얻은 소득 일부를 부모나 가족에게 줘서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준 사례 등에 대해서도 증여세 무신고 위반을 적용하고 있다. 임창용은 개인 체납자 4275번으로 확인됐다.

4100억 맞은 권혁…국세청과 10년 전쟁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시도상선 권혁 회장 인터뷰. / 홍봉진 기자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15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시도상선 권혁 회장 인터뷰. / 홍봉진 기자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세계 해운업계에서 잘 알려진 이른바 '선박왕'이다. 현대자동차 출신으로 1993년 홀로 일본에서 해운업을 일구고 홍콩으로 적을 옮겨 한때 250척 거대선단을 이끌었다.

국세청은 권 회장과 그의 회사에 지난 2011년 역외탈세 혐의로 역대 최대 규모인 4100억원 세금을 추징했다. 당국은 그가 한국에서 비밀리에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조세피난처 등을 통해 약 1조원의 소득을 탈루했다고 봤다.

권 회장은 국내 김앤장 등 법률사무소 등을 선임해 자신이 비거주자(국내 비납세의무자)였고, 한국에 회사를 세워 투자하려던 찰나 과세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싸움은 10년째 계속됐고, 당국이 권 회장의 출국금지를 요청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도상선 사세는 위축됐다.

권혁 회장은 이번에는 고액·상습 체납자로 증여세 등 22억원을 체납한 사유로 명단이 공개됐다. 국세청과 다투고 있는 소득세 탈루와는 별개 문제다.

최순영·조동만·정보근 등 개인 체납자 4633명
세금체납 야구왕·선박왕 누구
개인체납자 가운데 전체 1위는 홍영철 씨(46)로 1632억원의 부가가치세 등을 체납한 사유로 실명이 공개됐다. 2위는 박국태 씨앤에이취케미칼 출자자(50)로 1223억원이었고, 3위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67)이 종합소득세 등 1073억원을 밀린 상태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60)은 양도소득세 등 714억원을,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44)는 증여세 등 644억원을 밀린 상태로 각각 4,5위를 기록했다.

올해 조세포탈범 35인 가운데는 도박사이트 운영자들과 성형외과, 유흥업, 대부업, 건설업, 무자료 고비철 판매상, 가짜 석유제품 판매업 등이 주류를 이뤘다.

공개대상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 말까지 기간 중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 중 기수시기별로 기준금액 이상인 총 35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9명이 줄었다. 대상자 35명 평균 포탈세액은 약 20억원으로, 형사재판 결과 1명(벌금형)을 제외한 34명에게 징역형(집행유예 25명, 실형 9명)이 선고·확정됐다.

올해 신규 공개 대상자는 개인 4633명, 법인 2332개 업체로 총 체납액은 4조8203억원이다. 개인 신규 최고 체납액은 1176억 원(이성록, 44세), 법인 최고 체납액은 260억 원(하원제약, 제조업)이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는 올해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5회 또는 5000만원 이상 발급한 단체 60개, 기부금 영수증 발급명세서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단체 4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의무를 불이행해 1000만원 이상 추징당한 단체 15개 등 총 79개 단체가 공개됐다. 유형별로는 종교단체가 66개(84%)이며 의료법인 8개, 교육단체 3개, 사회복지단체 1개, 학술·장학단체 1개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공개 인원은 127명이 증가했지만 체납액이 100억원 이상인 체납자의 인원 감소해 공개 체납액은 5870억원 감소했다"며 "분납 등으로 체납된 국세가 2억원 미만이 되거나, 불복청구 중인 경우 등 659명(개인 426명, 법인 233개업체)은 공개 제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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