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한 피해자 또 성폭행한 20대 군인…대법 "무죄선고는 잘못"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20.12.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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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다른 사람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재차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육군 하사 김모씨(2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4년 1월 새벽 최모씨 등 지인과 술을 마시다가 최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화장실에 앉아 있던 미성년 피해자 A양을 다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A양이 성폭행 직전과 도중의 상황은 명확히 기억하면서도 '간음이 어떻게 시작됐는지의 상황'만 유독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고등군사법원도 "김씨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1심 선고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는 술을 먹고 구토하는 등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최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직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김씨의 간음행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상황을 일부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피해자 진술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사건 발생 당시 술에 취한 피해자가 직전에 겪은 성폭행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극도로 불안하고 물리적인 반발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한 것.

재판부는 이에 "합리적 근거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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