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얼마 전 법원 기자실 문 앞에 포스트잇 하나가 붙었다. 평소라면 바쁜 업무로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곳에 적힌 재판 사건번호를 발견하곤 그럴 수 없었다. 익숙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 사건의 항소심 첫 공판 기사를 썼다. 피해자 사연이 너무나 안타까워 기사를 내보낸 뒤에도 한동안 마음에서 지우지 못했다. 잘 진행되고 있길 바랐는데 무슨 일일까. 적힌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쌍방이 항소하면서 이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성폭행이 아닌 합의에 의한 관계였으며, 극단적 선택의 이유도 성추행이나 성폭행 때문이 아닌 다른 사유일 수 있다는 것이다. A양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다만 극단적 선택 전 피고인 중 한 명에게 '너 때문에 내가 머리부터 떨어져 죽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A양 아버지는 "피고인 변호인이 법정에서 우리 아이가 자세를 어떻게 했다는 둥, 관계 시 이런 말을 했다는 둥 구체적인 묘사를 하는데 솔직한 심정으론 뛰어가 달려들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직업상 어쩔 수 없는 역할인 걸 알지만은 부모 심정은 그렇다. 우리 아이가 만약 살아서 이걸 들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겠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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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길어지면서 아버지의 마음도 많이 지쳤다. 돈도 문제다. 사건 이후 회사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신경도 못써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A양 아버지는 다른 아이들이 내 아이처럼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형사소송이 끝난 후 피고인들의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사건 후 강군과 김군, 안군의 학교에 각각 신고를 했는데 학교폭력위원회가 제때 열리지 않아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양 아버지는 "담당 검사로부터 '선고기일이 계속 미뤄지면 검찰 인사 때문에 제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후임이 할 수도 있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피고인들이 아직도 본인의 죄를 모르고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하루빨리 재판을 통해 너의 죄는 이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A양 사건의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6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