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귀농 4년차 청년부부의 알콩달콩 농촌 일기

뉴스1 제공 2020.12.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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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 무궁무진…투자가치 있다"
"귀농, 삶의 일부를 포기하면서 하는 도전이라야 성공"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20대에 경북 의성으로 귀농한 청년부부 송승리·손다은부부가 전원주택 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3/© 뉴스120대에 경북 의성으로 귀농한 청년부부 송승리·손다은부부가 전원주택 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3/© 뉴스1


(의성=뉴스1) 정우용 기자 = 경북 의성군 안평면 산좋고 물좋은 시골 들녁 한가운데 한폭의 그림같이 빼꼼하게 솟아 있는 하얀집이 있다.

20살 때부터 귀농에 관심이 많았던 송승리씨(32)가 지난 2011년 아내 손다은씨(29)를 만나 귀농의 꿈을 같이 키워오다가 결혼 후 첫 아이가 생기자 2016년 귀농해 알콩달콩, 우당탕탕 바쁜 농촌 일상을 만들어 가는 곳이다.



◇ 젊어서 귀농…'부모에게 빌어먹는다' 따가운 눈총도

결혼 초기 신혼집은 평택에 있었다. 송씨는 직장이 있는 천안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고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아내 손씨는 모 방송국 작가로 일을 하고 있었다.

5년간 연애시절 귀농하기로 의기투합한 부부는 '도시생활을 오래하면 귀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계획서를 만들면서 귀농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들이 "대학까지 보내 놨는데 왜 힘들게 농사지으려 하느냐" 며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꿈을 꺾지 못했다. 송씨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2달 정도 귀농에 대해 아내와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자신들의 강점, 약점, 위기 극복방안 등을 분석했다.

그런 뒤 "무조건 귀농하겠다"며 송씨의 부친이 농사를 짓고 있는 경북 의성으로 무작정 내려 왔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시골로 들어온 젊은 부부를 '실패자'로 보고 "부모에게 빌어먹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송씨 부부에게는 든든한 멘토가 있었다. 바로 30년 농사 노하우 가지고 있는 송씨의 부친 송성달씨(64)가 주인공이다.

지금도 의성농업기술센터 복숭아 대학에 다니고 있는 부친은 관행농으로 농사를 짓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는 등 새로운 농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머니는 현지 자연 환경이나 기후를 잘 알고 있어서 "농약을 칠 때 됐다"하면 그게 딱 맞아 떨어져 농사에 많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송씨 부부는 "무작정 밀어붙인 만큼 인정받아야 된다"며 독하게 마음먹었다고 했다.

농업에 문외한이었던 이들 부부는 우선 다양한 귀농 교육으로 농업이론에 대한 기초체력을 키웠다.

아내는 농림부에서 운영하는 농업인력교육포털에서 1차산업과 관련된 모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서울 양재동 A&T 농협센터에서 농업 6차산업 관련 강의와 성공 사례담을 교육받았다.

송씨는 경북농민사관학교 2030과정과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복숭아 대학 1년과정, 농림부 지정 WPL(현장에서 실습해보며 선진 농가의 일상과 노하우를 배우는 도제식 교욱) 교육에서 농업 경영 철학, 생산 기술 등 전반적인 교육을 받았다.

◇ 직거래 승부수 통했다

귀농한 부부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농산물 유통'이었다. 고생고생해서 지은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해 농민들의 수익이 너무 작다는 것을 본 부부는 이를 '한번 바꿔보자'는 목표의식과 사명감이 생겼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일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농산물 유통 방식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너희가 들어와서 뭘 하겠냐, 우리가 다 해봤는데 안 된다"는 선입견 많아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

처음 "직거래를 하겠다" 하니 못 팔 것이라고 생각하신 듯 부모님이 "되는대로 팔아봐라" 해 부부는 오기가 더 생겼다.

부부는 역할을 나눴다. 대학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송씨는 유체역학 등을 농사에 접목시켜 생산·품질·유통 등을 담당하고, 신문방송을 전공한 아내 손 씨는 농업 기획 및 판매· 마케팅·홍보를 담당하기로 했다.

홈페이지에 품종별로 농산물을 올리고 도시 소비자들에게 품종별 판매를 시도했다. 지금까지는 무른 품종이어서 택배를 안 하고 있던 후무사 자두와 마늘도 온라인에 올리고 택배로 전환했다.

시간이 지나자 부부가 생산한 농산물만으로는 밀려드는 주문 물량을 다 맞추지 못 할 만큼 인기를 끌었고, 이웃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공판장보다 더 비싸게 구입해 판매를 해야 할 지경이 됐다.

아내의 마케팅과 홍보로 직거래 판매가 소문이 나고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 귀농 1년이 채 되기도 전인 2018년 1월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12월에 청년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경상비, 포장디자인비, 선별기, 홈페이지 구축비 등을 지원받아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다.

사무실을 겸할 수 있는 동화속 그림같은 집도 지었다.

농사 일을 도와주던 부모님도 그때부터 이들 젊은 부부를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송씨 부부는 부모님께 물려 받은 6000평 땅에 마늘, 자두,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어촌공사에서 임차한 8000여평 땅에는 콩농사를 지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20대에 경북 의성으로 귀농한 송승리씨가 자두밭 일을 하고 있다.2020.12.3/© 뉴스120대에 경북 의성으로 귀농한 송승리씨가 자두밭 일을 하고 있다.2020.12.3/© 뉴스1
◇ 귀농 1년만에 1억대 매출…비결은?

귀농 첫 해인 2017년 수익은 미미해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는 수준이었으나, 2018년 사업자로 등록하고 온라인 판매로 유통하면서 자두·마늘 3500만원, 복숭아 3000만원 등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거래를 하니까 수익은 2배가 됐다.

현재는 온라인 판매가 90%다. 경북의 사이소, 의성 장날몰, 농협몰, 우체국 쇼핑,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네이버 푸드 윈도우에 올리고 10군데 현장 판매처에도 물건을 내놓는다.

아내 손씨는 하루 종일 노트북을 끼고 페이스북, 인스타 등 SNS와 블로그에 부부가 생산한 농산물을 올리고 주문받기에 바쁘다.

"온라인 입점 시 어려운 점은 없었다"는 손씨는 "남편이 사진 찍으면 내가 설명서를 만들고 카드뉴스, 명함, 전단지 등은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역과 상생하는 사회적 기업이 목표

송씨는 “지역 농가의 마늘 판매가 마늘 매출의 20% 정도가 되니 공판장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는 지역 농민들도 좋아해 지역 농산물 대량 매입·유통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더 활성화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입었다.

공판장에 내면 6000원인 제품을 8000원에 매입해 포장·홍보·유통비 등을 고려해 1만 5000원에 파는데, 한 주민으로부터 "너무 많이 남겨 먹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었을 땐 장사꾼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또 농촌사람들의 생활환경이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 마음고생도 컸다. 큰 이슈가 없는 곳이라 이들 부부가 무엇을 하는 지 하나하나가 관심사가 됐다.

아내가 임신 중에 귀농하자 처음엔 "여자가 애나 놓고 밥이나 하지 뭘 하겠냐"는 시선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주변에 젊은 엄마들이 없어서 소통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아내 손씨는 오히려 이런 시선을 더 열심히 판매와 홍보에 전념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만들었다.

송씨의 이름을 따 '빅토리 팜'이라는 네이밍으로 지역사회공헌형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뒤 지난해부터는 지역농가 택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건당 3000원에 택배를 부칠 수 있는데, 시골에서는 차타고 나가서 6000원에 택배를 부치는 것을 보고 농장으로 물건을 가져오면 3500원으로 택배를 부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부부농부의 지역상생 아이디어는 농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 농민들이 1달에 100건 정도의 택배를 맡기면서 이들 부부의 농장은 제2의 마을 공동 집하장이 됐다.

이들은 귀농전부터 계획했던 농장 수확 파티를 확대해 팜파티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9번 정도 진행한 팜파티에는 지금까지 360여명의 소비자들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당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팜파티는 오리엔테이션, 농장투어, 수확, 파종 체험, 요리 만들기, 식사, 팜지기 농장일기 공개, 토크쇼 등을 한다.

예비귀농인, 연인, 가족, 친구 등 팜파티의 주제를 정해 SNS와 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홍보하고 있는 송씨 부부는 귀농 스토리를 주제로 한 팜파티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청년 부부 송승리·손다은씨가 연 팜파티에 참가한 방문객들 2020.12.3/© 뉴스1청년 부부 송승리·손다은씨가 연 팜파티에 참가한 방문객들 2020.12.3/© 뉴스1
송씨는 회사생활을 할 때보다 '시간활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 을 귀농 후 가장 좋은 점으로 꼽았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같이 가기가 눈치 보였는데 여기서는 하루·이틀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어서다.

또 도시에서는 정해진 월급에 집세·공과금 내고 남는 금액으로 살아야 하는 팍팍한 생활의 연속이었는데 귀농하니 소비하는 것이 거의 없어 금전적 부담도 크게 줄었가도 했다.

"인구 절벽을 겪고 있는 군에서 아이를 낳으니 기저귀도 지원하고 출산 장려금을 주는 등 육아 혜택도 많다"는 부부는 "집만 나서면 논밭이고 자연과 가까이 있는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삶에 만족한다. 지인들도 이런 우리를 지금은 동경한다"고 자랑했다.

"귀농하면 일 좀 하다가 낚시하고, 도라지도 캘 수 있을 줄 알았다"는 송씨는 "아직 한번도 낚시를 못 가봤다"며 "농사일은 3~10월까지는 바쁜데다가 5~8월은 하루종일 바빠 아직 도라지도 캐보지 못했다”고 웃었다.

◇ 귀농은 '도전'…'농업인 마이스터'가 꿈

'귀농은 도전'이라고 정의한 송씨는 "귀농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도전인데 '누구나 다 하는데 그냥 해봐야지' 하면 실패한다"며 "삶의 일부를 포기하면서 하는 도전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도전에는 리스크가 있다. 아내와 아이도 있는데 자리잡기 전까지는 돈·농사·판매가 불확실하다"며 "기존에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 아닌 체험, 팜파티, 유통 등에 계속 도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하고 작물 키우는 것이 너무 재밌다"는 그는 팜파티·농촌체험으로 6차 산업으로 인정받아 농촌과 도시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농장으로 만들고 싶다"며 "농업인 마이스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송씨는 "청년들이 귀농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젊음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귀농에 꼭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송 씨는 "어떤 분야든 투자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 분야에 장인이 돼야 한다" 며 "대신 목적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하고 본인이 뛰어들어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씨는 "요리나 디자인, 유통 등 도시에서 했던 일들의 장을 사업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농촌에는 많다"며 "농업을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많은데 연로한 어르신들은 하기가 어려운 점도 청년 귀농인들의 '기회'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말 다양한 농법, 경영 방법 등이 있는데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배우는데 제일 많이 투자해야 한다"며 "자기에게 맞는 것을 끊임없이 찾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 귀농인들이 기존 농촌에서 하지 못했던 스토리를 만들고 인터넷 활용, 마케팅, 유튜브 등을 이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 부부는 "경북에는 귀농에 관한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에는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가 잘 돼 있다"는 송씨는 Δ우리가 찾기 전에 먼저 찾아와서 권유하는 점과 Δ경북농민사관학교 커리큘럼이 작목별로 디테일하게 잘 구성돼 있는 점, Δ해마다 농업인들 요구에 잘 대응해 커리큘럼을 업그레이드 하는 점 등 3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귀농하려면 경북으로 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성공신화를 창조 중인 청년 부부 농부는 "예비 귀농인이 농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충분히 하겠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의성 빅토리팜 송승리 씨 부부 2020.12.3/© 뉴스1의성 빅토리팜 송승리 씨 부부 2020.12.3/©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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