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로 韓포스트코로나 시대 주역될 것"

머니투데이 대담=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조성훈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2020.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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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30일 오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문용식 원장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30일 오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문용식 원장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1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 플랜을 밝혔다. 코로나 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경제회복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경제 청사진이었다. 이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일각에서는 너무 급작스럽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동시에 지지부진했던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데이터경제 등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할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 중심에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있다. NIA는 코로나 초기 공공 데이터 포털을 통해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공개하며 국민불편 해소에 기여했고 이후엔 한국판뉴딜의 핵심인 디지털뉴딜의 중심추진기관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초안은 민간 ICT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문용식 원장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문 원장은 “코로나가 엄청난 위기이지만 잘만 헤쳐나가면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전세계 디지털 르네상스의 주역으로 우뚝 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NIA는 오는 10일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으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 개명하며 AI 기반 지능정보사회 구현 정책추진 전담기관으로 거듭난다. 지난달 30일 문 원장을 만나 디지털뉴딜 정책에 대한 그의 소신과 격변기를 맞은 NIA의 향후 사업계획 등을 들어봤다.

▷ 디지털뉴딜 사업 초기 문 원장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안다.
4월 중순 코로나 감염자는 다소 잦아들었지만 경제 위기가 점점 현실화됐다. 특히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서민 일자리 확보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평소 강연에서 디지털 데이터 구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듣고 청와대에서 정책 아이디어로 보고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 뒤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계획들이 집대성됐으며, 이를 토대로 정책이 완성됐다. 과거 대공황 때 미국 후버댐 사업으로 대표되는 뉴딜정책처럼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혁신성장의 기반을 만들자는 취지다. 디지털은 특정 도메인(영역)이 아니라 경제·산업·행정·교육·문화 모든 영역이 대전환하는 추동력이다. 국가적 디지털 트랜스폼에 따른 파급력의 크기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는 거버넌스를 진작에 갖췄어야 하는데 만시지탄이라는 느낌도 있다.



30일 오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문용식 원장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30일 오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문용식 원장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 디지털뉴딜 사업의 핵심이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으로 알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은.
디지털뉴딜 사업 예산 집행은 현재 90% 이상 진척됐다. 예산 확정시 바로 시행하도록 준비한 결과다. 특히 AI 학습용 데이터구축은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크라우드 소싱을 적극 활용해 코로나19로 인해 유발된 고용대란 해소에 도움을 준다. 실제 IT기업들은 물론 각종 기관, 산업계에서도 이 참에 AI를 결합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일례로 대형병원들이 이 사업에 적극 동참했다. 그동안 디지털전환을 염두에 둬왔지만 개인정보 우려로 머뭇거리다 학습 데이터로 판을 깔아주니 너도나도 AI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의료분야 AI 전환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엑스레이 판독이나 환자 진료 정보를 분석해 의사의 진단을 보조해주는 시스템이다. 데이터는 물론 가명처리해서 한다. 그래서 안전하다. 우리 병원 IT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인데 여기에 건강보험과 심사평가원 등 방대한 데이터를 결합하면 획기적인 대국민 서비스가 출현할 거라 본다.

▷일부에서는 AI 학습데이터 구축이 단순반복작업이어서 '인형 눈알박기'라고 폄훼한다.
오해에서 비롯됐다. 데이터에 일일이 라벨링(꼬리표 붙이기)을 해줘야 AI가 학습한다. 라벨링에는 단순한 것도 있지만 복잡한 것도 있다. 익숙해지고 데이터가공 스킬이 발전하면 이후 품질 검사도 하고 프로젝트 리더로 성장하는 등 ‘일자리 사다리’가 놓여진다. 아울러 도메인(영역)에 따라 난이도 차이가 크다. 이런 학습데이터 구축으로 2만5000개 이상 일자리가 만들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크라우드소싱으로 시간 날 때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하니 전화통이 불날 정도로 문의가 쇄도한다. 특히 경단녀, 장애인, 퇴직자들의 문의전화가 많다.

일자리 효과 뿐 아니라 인프라로서 가치도 높다. 특히 데이터 구축에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데이터 확보가 절실한 기술 개발 기업이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전통 산업체들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다. AI 모델 완성도의 80, 90%까지 학습데이터를 만들어주면 나머지 10~20%만 노력하면 된다. 개발자, 스타트업들에게 AI 시장에 진입할 8, 9부 능선까지 이끌어주는 것이다.
30일 오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문용식 원장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30일 오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문용식 원장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 미·중간 AI 패권경쟁이 달아오른다. 우린 샌드위치 신세인데.
대한민국이 세계 1등인 주요 산업분야에 AI를 결합하면 경쟁력을 한차원 높일 수 있다. 사실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 SK텔레콤 같은 곳들은 정부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한다. 포스코의 경우 AI로 스마트 고로시스템을 만들어 생산성을 10~20% 끌어올려 세계경제포럼에서 등대공장 타이틀을 받기도 했다. 흔히들 AI를 21세기의 전기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전기 개발은 세계 최초가 아니지만 지금 전기 생산과 품질은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나다. AI도 마찬가지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미국과 캐나다가 원천 개발했고 우리는 늦었지만 이를 기존 산업에 응용하는 것은 세계 1위를 할 수 있다. 우리 캐치프레이즈가 “전기처럼 원천기술 늦었지만 응용은 우리가 1등 하자”이다.


▷ 데이터 개방에 공을 들이는데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얘기도 많다. 특히 국세청 데이터 개방에대해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국세 데이터는 5천만 국민의 경제 활동과 소득수준, 법인등록 정보를 담고 있다. 개인정보의 경우 가명정보로 보호하면서 활용하면 국가사회의 새로운 서비스 정책을 만들 수 있다. 법인정보도 유용하다. 가령 온라인 거래 먹튀 사고가 빈발하는데 국세청이 보유한 법인 사업자 정보만 있으면 매물을 올린 사업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요긴하다. 고용보험은 과거 정규직 종사자 중심으로 설계됐는데 AI시대엔 플랫폼 노동 즉 어느 한군데 소속되지 않고 크라우드 소싱이나 택배, 배달, 플렉스로 일한다. 이들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다. 그러면 납세 원천인 소득기준을 봐야 한다. 결국 국세청이 데이터를 개방하면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아울러 국세청 뿐 아니라 다른 주요 공공기관들이 데이터를 적극 개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30일 오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문용식 원장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30일 오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문용식 원장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 디지털 뉴딜의 한 축이 공공분야 클라우드 전환이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
공공 부문에서도 민간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통상 퍼블릭(민간의 범용)과 프라이빗(기관 전용)으로 구분하는데 혼자만 쓰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구축하는 순간 올드해진다. 민간은 끊임없이 혁신하는데 전용 클라우드가 따라갈 수 없다. 정부도 전용 클라우드에 갇혀있지 말고 민간 클라우드 자유롭게 쓰도록 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2년 새 분위기가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었다.

2018년 만해도 국가 공공시스템이 100이라면 1%만 민간 클라우드를 쓸 수 있었다. 가이드라인에서 중앙부처, 지자체는 아예 금지돼 있었고 산하기관 중 중요도 낮은 곳들만 쓸 수 있었다. 이를 아주 민감한 경우가 아니면 민간으로 쓸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었다. 이번 디지털뉴딜에 국가 공공기관 시스템을 전수조사해 18만개 가량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진행한다. 이 과제가 끝나면 단계적으로 5개년에 걸쳐 모두 이전한다. 보안 때문에 도저히 안되면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하는데, 사실 60% 이상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

▷ 공공분야로 오신지 2년반이 됐다. 민간과 공공에서 바라본 산업계와 국내 정책의 차이는 어떤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환적 과제는 크게 2개인데 한 축이 지정학적 전환, 하나는 디지털전환이다. 지정학은 냉전을 평화 협력구도로 바꾸는 것인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디지털전환이다. 이를 위해 국가사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데이터 경제 기반을 만들고 정부가 일하는 방식도 디지털로 혁신해야 한다. 또 낙오하는 국민들이 없도록 디지털 포용으로 적응시키고 또 AI를 수용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지난 2년은 차근차근 국가사회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국가정책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게 돌연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 전면화된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5년, 10년 걸렸을 일이 2, 3년으로 당겨졌다. 코로나로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잘만 헤쳐나가면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르네상스가 도래하는데 대한민국이 이를 선도하는 모델국가로 우뚝 서는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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