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변호사는 자격증일 뿐"…소방복을 입은 변호사들

머니투데이 김효정 에디터 2020.12.0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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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 소방관이 자신이 구조한 취객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습니다.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소방관은 뇌출혈 증세에 시달리다 한 달 뒤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 고(故) 강연희 소방경 이야기입니다.



강 소방경 사건 이후 소방관 보호를 위한 법안이 9개나 발의됐지만 한 건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폭행과 폭언에 노출돼 있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기도 합니다.

이런 소방관들의 법적 문제를 일선에서 돕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방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된 ‘변호사 소방관’들입니다.



소방공무원법은 1977년 제정 당시부터 특별채용을 통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자를 소방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는 법이 개정돼 경력경쟁채용을 통해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소방관으로 임용하고 있습니다.

소방복을 입은 변호사는 전국에 35명 정도 있는데요. 네이버 법률이 김민종(소방청)·장임수(충남소방본부) 소방경을 만나 “변호사는 자격증일 뿐”이라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장임수 소방경장임수 소방경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하면
장임수 소방경(이하 장): 2016년도 7월에 임용돼 현재 충청남도 소방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당시 소방청에서 10명을 채용해 각 시도로 배치했는데, 고향인 충남으로 지원했습니다.

김민종 소방경(이하 김): 2017년 8월 충청남도에서 채용·임용됐습니다. 장임수 소방경님은 당시 소방청에서 전체적으로 임용을 해서 배치가 됐는데, 저는 충남에서 자체적으로 뽑아 임용된 케이스입니다. 현재는 소방청에 파견돼 1년 2개월째 일하고 있지만 소속은 충남 천안 서북소방서입니다.


-임용 절차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 소방관 공채는 서류를 제출하고 필기시험, 체력측정, 면접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변호사 출신 소방공무원 채용은 체력측정 시험은 없고 서류전형과 신체검사, 면접 순으로 이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로펌이나 기업 변호사 채용은 1~2개월이 소요되는데 저희는 공채와 함께 뽑다보니 6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됩니다. 채용 기간이 걸어서 그런지, 채용 공고가 발표되면 많은 분들이 응시하는 것과 달리 면접까지 남는 인원은 많지 않습니다.

장: 경기도는 올해 변호사 소방공무원만 따로 채용 공고를 내서 2달만에 채용 절차를 마쳤습니다. 채용 기간 단축이 더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방사와 같이 공고가 나면 그 분들이 시험을 보는 기간 동안 변호사 소방공무원 지원자들은 기다릴 수 밖에 없거든요.

-변호사 소방관의 업무는
장: 다른 소방관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보직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합니다. 저는 현장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현장 지휘를 했습니다. 현재 전북이나 경기도는 임용 후 센터장부터 시키고 있는데요.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 경찰도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매년 20명 정도 뽑는데 현장에 투입해 체포부터 시킵니다. 저희도 소방관으로 임용됐기 때문에 당연히 현장 출동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저는 현재 소방청 소속이어서 현장에 출동하지 않는 업무를 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소방공무원 지원 계기는
장: 법학전문대학원 80명 동기 중에 유일하게 대형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조합장선거 소송을 주로 다루면서 부동산 분야를 개척했지만 보람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보람을 찾는 일을 하고 싶어 유년시절 동경하던 소방공무원에 지원했습니다. 의무소방으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크게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김: 원래 공직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로는 1년 정도 활동을 했는데 윗동서가 소방관이라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족 중에 소방관이 있다 보니 주변의 반대도 없었고 소방공무원이 된 것에 대해서도 매우 만족합니다.

-현장에서 뛰는 소방관들에 대한 지원 충분한지
장: 직원들이 민원이나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걱정해 적극적으로 현장 활동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휘팀장으로 근무 당시 한 번은 현장에 아파트 한 호실의 거실 유리가 모두 실외 주차장으로 쏟아졌는데도 구조대원들이 해당 호실로 문을 부시고 들어가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혹시나 안에 있는 사람이 문을 부시는 것에 대해 소송이나 민원을 제기할까봐 걱정하는 거죠.

최근에는 법으로 소방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공제도 들고 손실보장제도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적법하게 소방 활동을 하다가 피해를 입힌 경우 법적으로 보상이 되도록 되게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여전히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대외적으로 소방관의 지위가 높아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조직 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같은 변호사 소방관이 많이 입사하면 더 적극적인 소방활동이 가능할 것이고,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입니다.

김: 하루는 아내가 쓰러졌다는 응급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구급대원이 출동했는데 알고 보니 가정폭력 사건이었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폭행했는데 쓰러져 구급대원을 부른 거죠. 그런데 이송 도중 아내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구급대원이 이송 도중 처치를 잘못해 사망했다고 물고 늘어진 사건이에요. 저는 그 사건의 참고인 조사시에 동석해 있었고 그 대원이 심적으로 너무 힘들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쉬고 다시 현장 출동을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소방대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겠다고 느꼈습니다.

김민종 소방경김민종 소방경
-소방관 임용 전 예상했던 것과 가장 다른 부분이 있다면
김: 체력이죠. 임용 전에는 단순히 소방관들 체력 좋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까 아무나 사람을 구조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은 옆 자리 소방관이 ‘재미 삼아 10km 뛰고 왔다’는 얘기를 해 깜짝 놀랐습니다.

장: 소방관들이 ‘체력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입니다. 소방은 화재진압, 구급, 구조 등 각 분야가 전문화돼있고, 대부분 각 분야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엄청난 전문가 집단인 거죠.

-소방관으로서 재판에 나가기도 하는지
김: 소송 진행자로서 저희가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건에 필요하면 나갑니다. 가해자가 없는 경우 저희한테 소송이 많이 들어와요. 예를 들어 교통사고 가해자가 사망했는데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그렇다면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기죠. 이런 경우 저희를 상대로 소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 예전에는 외부 변호사를 많이 선임했는데 저희가 채용된 다음부터는 직접 소송 수행을 합니다. 저는 2016년 채용돼서 센터장 나가기까지 1년 동안 재판 7개를 수행했는데 꽤 많은 편입니다. 과거에는 소방관들이 돈을 모아 합의금 명목으로 주곤 해서 이를 알고 악용하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저희가 채용되고 나서는 다 재판으로 가게 됐죠.

-올해 소방관 국가직 전환됐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장: 신분은 전환됐지만 여전히 인사권이나 조직, 예산은 시도에서 가지고 있어 크게 체감되는 변화는 없습니다. 대신 적용되는 법률이 지방공무원법에서 국가공무원으로 달라졌습니다. 또 전환되기 전에는 국가직 소방공무원이 1000명도 안되는 수준이어서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방병원이나 트라우마 센터 만들기가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신분상 수 만명의 소방관이 국가직에 포함됐기 때문에 이런 시설을 제공할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소방관들이 가장 필요한 건 트라우마 관리 센터나 화상, 호흡기 질환 전문 병원이거든요. 앞으로 소방관들을 위한 특수병원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김: 개인적으로 변호사로서 송무를 담당할 땐 안 좋은 사건들을 많이 보고 심리적 갈등을 겪을 일이 많았습니다. 소방공무원이 되고 나서는 선하고 좋은 일을 하다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늘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기 때문에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 무엇보다 같은 소방관들이 저희를 적극 활용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법률 상담이라도 동료로서 조언해줄 수 있으니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김효정 에디터
[법률판]"변호사는 자격증일 뿐"…소방복을 입은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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