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가족/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연말정산 등 관공서 업무를 보거나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했던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진다. 반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던 공인인증제도가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폐지되면서다. 개정안은 10일부터 시행된다.
전자서명법 개정안, 뭐가 달라지나/이승현 디자인기자
이제는 법 개정으로 많은 게 달라진다. 액티브 엑스를 비롯한 설치 프로그램이 필요 없고 모바일 기반이라 간편하다. 인증도 생체정보를 활용하거나 PIN(간편 비밀번호)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 자체도 없어지나?…금융인증서 새 탄생그렇다면 ‘구시대 유물’ 공인인증서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기존에 이용하던 공인인증서는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쓸 수 있다. 유효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공인 아닌 ‘공동’인증서란 이름으로 계속해서 쓸 수 있다.
공인인증서 사용에 익숙해 특정 민간기업의 인증서를 고르기 어렵다면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공인인증서 발급기관이었던 금융결제원은 공인인증서 폐지에 발맞춰 은행권과 손잡고 금융인증서를 새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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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증서는 현재 우리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10일부터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다른 은행에서도 발급 가능하다. 금융인증서를 금융결제원 클라우드에 보관한 뒤 PC나 모바일에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깔 필요가 없고 복잡한 비밀번호 대신 6자리 숫자, 패턴, 지문 등을 쓰면 된다. 유효기간이 3년이고 자동연장도 가능해 갱신 부담이 없다.
패스(PASS) 발급건수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간편함의 대명사로 통하는 사설인증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정부는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를 홈택스 연말정산,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공공웹사이트에 도입하는 내용으로 시범사업을 벌인다. 후보 사업자로 PASS(패스), 카카오, KB국민은행, NHN페이코, 한국정보인증이 선정됐다.
통신3가 만든 본인인증 앱 패스는 지난달 발급 건수 2000만건을 돌파했다. 올해 초엔 1000만건이었는데 그새 2배가 늘었다. 지문 등 생체인증을 하거나 6자리 핀 번호를 입력해 발급받는 패스 인증서는 3년간 무료로 쓸 수 있다. 패스는 간편하면서도 보안성을 갖췄다. 휴대폰 가입 정보를 기반으로 명의 인증, 기기 인증을 이중으로 거치기에 휴대폰을 잃어버릴 경우 인증서 이용이 차단된다.
패스는 공공분야, 금융생활에서 두루 쓸 수 있다. NH농협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도 패스 인증서를 도입했다. 동양생명보험, KB손해보험, 흥국생명 등 보험사에서는 보험 가입문서를 간편하게 조회할 때 패스 인증서를 쓴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가 독보적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일찍이 사설인증서를 탄생시켜 이달까지 560만명 고객의 선택을 받았다. 국민은행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도 휴대폰, 신분증만 있으면 영업점 방문 없이 약 1분 만에 발급 가능하다. KB손해보험,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KB증권, KB국민카드 등 KB금융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쓸 수 있다.
아이폰 페이스아이디, 지문, 패턴 등으로 로그인하는 방식이다. 보안카드나 OTP 없이 6자리 비밀번호만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간편하다. 유효기간이 없어 때마다 갱신하지 않아도 된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도 보안기술을 적용했다.
다른 은행들도 인증서 출시에 앞서 간편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느라 분주하다. 하나은행은 앱 ‘뉴 하나원큐’에서 휴대폰 종류에 상관 없이 얼굴 인증으로 로그인할 수 있게 서비스를 마련했다. IBK기업은행은 기존 거래 고객이 신분증 없이 은행 영업점을 왔을 때 본인 확인이 가능하도록 ‘IBK디지털 본인인증’ 서비스를 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사설인증서 등 인증 부문에서 무한경쟁이 예상된다”며 “경쟁이 심화하면서 편리성, 보안성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