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빚투 개미들, 대한항공·네이버 사기 시작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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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세다. 그간 코스닥 신용거래에 집중하던 개인투자자들이 이번엔 코스피 대형주까지 손을 뻗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신규 대출을 걸어잠그며 신용공여 한도 관리에 나섰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신용융자잔고는 18조2750억원으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일 사상 처음으로 18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일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초 9조원대에 불과하던 신용융자잔고는 11개월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 매수를 위해 빌린(신용거래융자) 돈을 말한다.

증권사가 주식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대출 서비스인 신용공여는 △예탁증권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신용거래대주 등으로 나뉜다.


예탁증권담보대출은 투자자의 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행위,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것이다.

신용거래대주는 고객의 매도주식을 대여하는 것으로 주로 공매도에 활용된다.

올해 개인투자자가 대거 증시에 유입되면서 급증한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9월 18조원을 눈앞에 두고 소폭 감소했다. 이후 16조~17조원대에 머물더니 11월 들어 증시가 급등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코스피 대형주 겨냥한 '빚투' 눈길…대한항공 신용잔고 무려 190% ↑
코스닥 빚투 개미들, 대한항공·네이버 사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코스피 대형주를 겨냥한 신용공여잔고가 늘어난 점이 눈길을 끈다. 통상 신용융자거래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5년(2015~2019년)동안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매수 비중은 12.2%로, 코스피(6.0%)의 두 배를 넘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10월까지만해도 코스닥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코스피 신용융자잔고는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코스닥을 추월했다.

코스피 신용공여잔고는 지난달 30일 9조72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9조원대를 넘어섰다.

실제 이 기간(10월30일~12월2일) 코스피·코스닥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본 결과 코스피는 10개 중 1개를 제외한 9개 종목의 신용융자잔고가 증가했다. 반면 코스닥은 6개(신규상장 종목 4개 제외) 중 2개 종목만 늘었다.

신용융자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회자된 대한항공 (21,700원 0.00%)이었다. 이 기간 대한항공 (21,700원 0.00%)의 신용융자잔고는 무려 191% 증가했다. KT&G (93,500원 ▼200 -0.21%)(70%), LG전자 (95,100원 ▼1,700 -1.76%)(45.40%), KODEX 인버스 (4,090원 ▼10 -0.24%)(36.8%), NAVER (187,400원 ▲300 +0.16%)(35.5%) 등이 뒤를 이었다. '곱버스'로 불리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인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23.1% 줄었다.

코스닥에선 압타머사이언스 (3,290원 ▼60 -1.79%)(1682.4%)와 제넥신 (8,700원 ▼340 -3.76%)(15.0%)의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난 반면 KPX생명과학 (2,385원 ▼60 -2.45%)(-92.7%), 박셀바이오 (20,700원 ▲150 +0.73%)(-85.4%), 코리아센터 (5,380원 ▼20 -0.37%)(-3.2%), 엔투텍 (787원 ▲45 +6.06%)(-47.5%) 등 4개 종목은 줄었다.

11월 이후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코스닥 상승률을 뛰어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이후 전날까지 코스피지수가 18.03% 오를 동안, 코스닥은 13.5% 오르는 데 그쳤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잔고는 보통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 등으로 인해 줄고 상승하면 같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9월 이전까지만 해도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훨씬 많이 오르면서 코스닥 신용융자의 증가 폭이 컸는데 최근 들어 코스피 종목이 더 많이 오른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걸어잠그는 증권사들…"한도 또 찰라"
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위크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위크
한편 빚투 급증으로 일부 대형 증권사는 신용공여 서비스를 걸어 잠그는 추세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지난 2일부터 증권담보대출을 중단·제한하기로 했고 한국투자증권는 신용융자 신규 매수까지 일시 중단했다.

키움증권은 '키움형 대용' 계좌에 한해 보증금 내 현금 비율을 15%에서 20%로 올리는 한편, 대용(투자자의 보유주식을 일정 비율로 곱해 환산) 비율은 5%포인트씩 낮추며 한도 관리에 나섰다.

앞서 지난 6~9월에도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은 예탁증권 담보융자 신규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통상 자기자본의 60~70% 안팎으로 신용공여 한도를 유지해오던 증권사들이 늘어난 빚투로 적정성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하는 경우 신용공여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200%(100%는 중소기업·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한정)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김민기 연구위원은 "증권사가 한도 등으로 인해 공급 측면에서 신용공여를 많이 못 늘리고, 주가 증가 폭이 둔화된다면 신용융자 증가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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