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바다는 모두가 원하는 바다의 모습일 것이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밤바다를 항해할 때 물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상상해보라. 황홀 그 자체이다. 하지만 잔잔한 바다는 지속가능한 안식과 즐거움을 보장하지 않는다.
바다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어나야 한다. 바람이 싸이고 싸여 바다가 움직이면 해류가 만들어진다. 바람 따라 해류 따라 사람과 물건이 이동하여 오늘의 세상을 만들었다. 콜럼버스가 무역풍을 이용하여 신대륙을 발견하였다고 하니 바닷바람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바다는 바람 잘 날이 별로 없다. 계절풍, 탁월풍, 돌풍, 태풍 등 여러 가지 바람이 끊임없이 불고 있다. 가끔씩 바람이 잦은 것은 바람의 신들이 지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일 것이다. 바람과 파도가 괴롭히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말라. 바다는 그런 곳이니 참고 견디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세상이 너무 어지럽게 돌아간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마음은 바람처럼 변덕스러워 이쪽저쪽으로 바뀌기도 하고 한 쪽으로 쏠리기도 하고 갑자기 돌아서기도 한다. 바람이 싸이고 싸여 해류를 만들듯 마음도 모이고 모이면 큰 흐름을 만들어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않겠는가. 바다와 세상은 깨어있어 늘 시끄럽고 요란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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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돌풍이나 태풍은 바다를 움직일 수 없다. 이들은 갑자기 생겼다가 곧 없어진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부는 바람만이 바다를 움직인다. 마음도 그렇다. 광풍은 잠시 위력을 떨치지만 곧 사라진다. 큰 흐름은 작은 장애물들을 가볍게 넘어가면서 제 길을 간다. 잔잔한 바다와 조용한 세상을 너무 기대하지 말자.
부산 태종태/사진제공=양동신 MT해양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