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 승진자 5명이 모두 반도체, 디스플레이(QD·퀀텀닷), 신가전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부문으로 쏠린 점이 대표적이다. 50대 '젊은 피'를 내세워 5년 뒤 또는 10년 뒤 시장을 준비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밑그림이 엿보인다.
'안정 속 쇄신'도 인사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다. 반도체 부문에서 기존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장이던 진교영·정은승 사장을 연구·개발 분야인 종합기술원장과 신설된 DS(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돌리고 후배들을 조타수로 내세우면서 신·구 조화를 꾀했다.
50대 사장단 전면배치…'안정 속 쇄신' 노림수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국면에서도 하반기 들어 1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성과를 낸 데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인사 효과도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장단 인사에서 드러난 이런 기조는 오는 4일 발표 예정인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S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의 CEO(최고경영자)와 부문장이 대부분 자리를 지킨 만큼 쇄신에 초점을 맞춘 부사장단 이하 참모급 임원 인사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12월 정기인사 5년만에 두번째

이 부회장의 재판이 4년 넘게 진행되면서 경영공백 우려가 커진 배경도 여기 있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까지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토대로 재계 인사의 나침판 역할을 했다.
이번 인사도 지난달 중순까지는 이 부회장의 재판 일정 때문에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삼성그룹이 12월 정기 인사를 단행한 데는 이 부회장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의 소신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공판 당시 "이재용 피고인이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면서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끌 세대교체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