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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정부 규제 비웃듯 사상 최대 증가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0.12.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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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대銀서 전월대비 4.8조 늘어…"규제 역효과"

5대 은행 최근 5개월 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5대 은행 최근 5개월 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정부가 신용대출 증가세를 누그러트리려 강도 높은 규제의 칼을 빼들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막차 행렬'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9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4조8495억원(3.76%) 늘었다.

증가폭이 4조원대를 기록한 건 두 번째다. 신용대출은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로 지난 8월 정점을 찍었는데 당시 전월대비 증가액은 4조704억원이었다. 3개월 만에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5대 은행은 연말까지 신용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전월대비 증가액을 2조원대로 맞추려 했지만 불가능해졌다.

은행권에선 '규제 역효과', '관리 실패'란 말이 나왔다. 규제, 관리를 강화한 지난달의 증가액이 역대 최대치여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1억원 이상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 방안을 발표했고, 시중은행들은 시행일인 30일 전부터 선제적인 관리에 돌입했다.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줄이는 식이었다.

규제 강도를 높일수록 '막차 행렬'은 거셌다. "규제 전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돌면서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마이너스 통장을 뚫기 바빴다. 규제안을 발표한 13일 전후 5대 은행에서는 마이너스 통장 신규 약정액이 174.7% 늘었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도 어느때보다 붐볐고 모바일 뱅킹 앱(애플리케이션)엔 한도조회를 해보려는 고객들이 몰려 오류가 잦아졌다. 한 은행 영업점 직원은 "업무시간엔 쉴 틈 없이 고객들이 찾아오고 업무 외 시간엔 지인들이 신용대출 문의를 해왔다"며 "은행 방침이 수시로 바뀌어 바로바로 답변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소득 등 신용에 따라 받는 신용대출을 규제하는 게 애초에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무리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높여도 고소득자, 고신용자에겐 신용대출만한 상품이 없다는 것도 함정이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과 달리 신용대출은 금리 2%대 상품을 찾기 쉽다. 이 때문에 지난달만 보더라도 신용대출 증가율은 3.76%인데 반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0.89%에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격이 된다면 신용대출을 찾는 게 당연하다"며 "금리를 확 높이지 않는 한 증가세를 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처를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규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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