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계획서 의무인데…'둔촌주공'은 예외인 이유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0.12.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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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아파트 / 사진=김유경둔촌주공아파트 / 사진=김유경


#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입주권 매입을 알아보던 A씨는 최근 둔촌동에 있는 중개업소에서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둔촌주공 아파트 조합원 입주권을 지금 매수하면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중개사는 "동호수 추첨이 진행되기 전인 지금이 바로 매수 타이밍"이라며 A씨를 부추겼다. 수도권 모든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 제출이 의무화 됐는데 둔촌주공만 예외인 이유는 뭘까.



현재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 거래를 하면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10월 말 이같은 내용을 담아 개정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후속 입법이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면 거래액수를 불문하고 자금조달계획서의 항목별 증빙자료도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자금조달계획서를 낸다는 것은 주택을 구입한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세세히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함께 제출하는 예금잔액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증빙자료는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받아보는 것으로 계획서와 대조해 면밀히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탈세 등 편법 증여나 대출 규정 위반을 저지르지 않았는지 국토부와 지자체의 검증을 받게 된다. 투기 수요를 완벽 차단한다는 취지다.



주택 아닌 토지 거래여서 규제 안받아
그러나 투기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인근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자금조달계획서 의무를 회피하는 법에 대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이 대표적이다. 둔촌주공 일대 중개업소들은 투자자들에게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수도권 모든 주택 거래 시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둔촌주공 조합원 입주권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는 이 거래를 주택 거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재건축 되는 이 단지는 작년 12월 건물 철거 작업이 마무리 됐다. 따라서 현재 입주권 상태로 거래되는 물건들은 사실상 '주택'이 아닌 '토지' 인 셈이다.

개정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3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 확대 관련 내용을 보면 '규제지역 내 주택 거래 신고 시 주택 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 된다'고 나와있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주택'에 한정하고 있어 토지 거래에 해당하는 '멸실된 입주권'의 경우 이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악용하면 곤란…분양계약 후 제출해야
이런 이유로 둔촌주공 뿐만 아니라 수색증산뉴타운, 이문뉴타운 등에서도 기존 주택이 멸실된 상태의 조합원 입주권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없이 거래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멸실된 입주권의 경우, 토지거래로 보기 때문에 자금조달계획서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투기 목적으로 이를 악용할 경우, 추후에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수 시점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조합원 동호수 추첨이 완료되면 이를 '주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자금조달계획서는 물론 증빙자료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호수 추첨 완료 후 조합원은 조합과 분양 계약을 하게 되는데 분양 계약 후 30일 이내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 제출 의무가 주어진다.

이 관계자는 "중개업소에서는 계약을 빨리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하겠지만 이를 악용해 편법증여, 대출규제 위반 등으로 매수자금을 마련한다면 동호수 추첨, 분양계약 이후에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부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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