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 잃고 우울증…중학생 큰아들 수면제 먹여 살해한 엄마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0.12.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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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중학생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어머니 A씨(37)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송백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자신의 작은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그는 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우울증 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던 중 장기간에 걸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남편과도 헤어진 A씨는 우울증으로 사회생활마저 곤란해졌다. 그는 남은 큰아들을 정상적으로 양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겼고, 아들을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지난 8월25일 수면제와 흉기를 준비한 후 아들이 다니는 학원 앞에서 기다렸다. 이후 학원에서 나온 아들을 차에 태운 뒤 운전하던 중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주고 마시게 했다.

음료를 마신 아들이 몸이 어지럽고 이상하다고 하자 A씨는 "뒷좌석에서 누워 자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오후 7시32분쯤 한적한 도로에 차량을 정차한 후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아들을 살해한 뒤 5시간쯤 지나 인근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미성숙한 아들이 나 없이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것 같고 그럴 바엔 함께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십 개의 반성문 등을 통해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도 가족들은 선처를 바라며 탄원할 정도로 생명은 귀하고 소중하다"며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피고가 우울증으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던 점 등을 모두 고려해도 15세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 나타난 계획성과 잔혹함은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게 할 뿐"이라며 "피고는 자신의 아들을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인격체가 아닌, 부속물 내지 부양 대상으로 여겼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이나 아이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으므로 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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