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고, 사고, 붙인다… '脫통신 삼국지' 사업재편 가속페달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0.12.0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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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신사업 인수·분사·합병·조직신설 봇물...통신사업 한계 '뉴비즈'로 기업가치 극대화 경쟁

왼쪽부터 구현모 KT, 박정호 SKT, 황현식 LGU+ CEO왼쪽부터 구현모 KT, 박정호 SKT, 황현식 LGU+ CEO


'탈(脫) 통신'에 나선 이동통신 3사가 '비(非) 통신 신사업' 중심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말 인사·조직개편 시즌과 맞물려 새 성장 동력인 미디어·모빌리티·커머스·보안 등 신사업 부문을 인수하거나, 떼어 내고 붙이는 구조 개편 작업이 활발하다. 규제산업인 통신 사업만으론 성장이 어려운 만큼 ICT(정보통신기술) 신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기업가치를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KT도 그룹사 재편 시동, '커머스' 신호탄 "내년에 큰 그림 나온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커머스 자회사인 KTH와 KT엠하우스를 내년 7월 합병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T커머스 분야 1위 사업자인 KTH와 모바일 쿠폰 B2B(기업간거래) 시장 1위 업체인 KT엠하우스를 합쳐 급변하는 커머스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모회사인 KT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BD), 클라우드(Cloud) 등 'ABC' 역량을 KTH(합병 후 존속법인)에 더해 유통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번 합병 발표는 지난 3월 구현모 KT 대표 취임 이후 나온 첫 그룹사 재편 카드다.

KT 내부에선 커머스 사업 재편을 신호탄으로 내년부터 그룹사 재편이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현재 KT엔 44개의 계열사가 있다. 통신 계열 그룹사 15개를 빼면 나머지가 약 30여 곳이 비통신 계열사다.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이후 '성장성'과 '시너지'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고 "그룹사를 재편해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미디어 사업 강화를 위해 케이블TV 현대HCN을 인수한 데 이어 딜라이브 인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선 "KT 안에는 매년 20%씩 성장하는 사업이 있다"며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 분사와 자회사 상장 등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이 되면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떼고, 사고, 붙인다… '脫통신 삼국지' 사업재편 가속페달
'빅테크' 진격의 SKT, 모빌리티 분사·융합보안 합병·커머스 제휴
통신사를 넘어 빅테크(대형 ICT기업)로 도약하려는 SK텔레콤의 사업 재편은 전방위적이다. 모빌리티 커머스 융합보안 등 핵심 뉴비즈(신사업) 분야에서 분사·합병·제휴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7일 보안사업 자회사 SK인포섹과 LSH(ADT캡스의 모회사) 합병을 선언했다. SK인포섹과 LSH는 연내 합병하고 내년 1분기 ADT캡스까지 합병을 완료해 3년 내 기업가치 5조원 규모의 보안전문기업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합병 법인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물리보안'(ADT캡스)과 '정보보안'(SK인포섹)을 결합해 디지털 혁명에 따른 '융합보안'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모빌리티 사업부문을 분사해 만들어지는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도 다음달 29일 돛을 올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서울-경기권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플라잉카를 비롯 대리운전, 주차,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며 "모빌리티 사업이 SK텔레콤의 다섯 번째 핵심 사업부로서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티맵모빌리티는 내년 상반기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인 우버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택시 호출 사업 등을 추진한다. 지난달 16일에는 SK텔레콤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자회사 11번가가 글로벌 1위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초협력이 가시화하면 고객들이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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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새 성장기회 발굴" 신사업 조직 신설…황현식 CEO 직접 챙긴다
새 CEO(최고경영자)를 맞은 LG유플러스도 지난달 29일 신규사업추진부문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하는 등 신사업 육성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신규사업추진부문은 황현식 신임 CEO(대표이사 사장)가 당분간 부문장을 겸임하는 등 직접 챙기기로 했다.

앞으로 스마트 헬스와 보안, 교육, 광고, 콘텐츠, 데이터 사업 등의 신사업 분야를 독립시켜 자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통사들의 '탈통신' 행보는 기존 통신 사업의 한계에 따른 '성장 지체' 현상을 극복하고, 신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종국의 목표는 기업가치 극대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간지주사 전환 얘기가 나오는 SK텔레콤의 경우 사실상 모든 핵심 사업부와 뉴비즈 계열사의 분사·상장을 목표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라며 "KT의 그룹사 재편도 규제산업인 통신 산업의 한계를 넘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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