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한테 갑자기 연락이 왔다. 휴대폰 액정이 나가서 센터에 수리를 맡긴 상태라 온라인 문화상품권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딸은 회사 미팅 때문에 문상을 빨리 사야 한다고 재촉했다.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앞뒷면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줬다. 딸은 신분증이 잘 인증이 안된다며 A씨의 휴대폰을 연결해주는 앱(애플리케이션)을 깔겠다고 했다. 딸이 보내준 링크에 들어가서 앱을 깔았다.
이후 딸은 갑자기 ‘엄마 일 보고 있어’라며 휴대폰에서 관심을 끄라고 했다. 중간중간 휴대폰이 ‘잠금’됐다며 다시 열어달라는 연락만 했다. A씨의 휴대폰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인인증서와 디지털 OTP, 카카오톡 보이스피싱으로 받은 신분증 사진까지 확보한 범인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휴대폰을 원격제어 할 수 있었기에 문자인증도 손쉽게 통과했다. 범인은 A씨 명의로 된 신용카드에 카드론, 현금서비스까지 받았다.
또 A씨 예금계좌의 한도를 늘려 대출을 받은 다음 비대면으로 만든 증권계좌를 통해 총 3000만원의 돈을 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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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미 범인이 원격앱으로 ‘02’로 시작되는 문자나 전화를 모두 수신거부하도록 A씨 휴대폰을 설정해서다.
카드대출에 현금서비스까지 신청해 이를 수상하다고 여긴 한 카드사 직원이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하자 그때서야 A씨는 피해 사실을 알았다. 지난 12일 서울에서 발생한 A씨 사건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비대면…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으로 진화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팀뷰어'는 어디에서든 앱이 설치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집에 있는 PC를 원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목받던 앱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A씨와 같이 앱 설치를 유도해 돈을 빼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월 광주에서는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메신저피싱범이 '팀뷰어' 설치를 유도한 후 피해자 명의로 1억400만원의 보험대출을 받았고, 8500만원을 인출하려다 은행 직원의 신고로 미수로 그쳤다.
지난해 7월 대전에서는 경찰을 사칭한 메신저피싱범이 "통장이 돈세탁 등 불법에 이용돼 조사가 필요하다"며 피해자 휴대폰에 '팀뷰어' 설치하도록 했다. 이날 범인은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 대출을 2000만원을 실행하고 그 중 1000만원을 본인의 계좌로 이체했다.
메신저피싱, 예방이 최선…"자녀가 개인정보 요구시 반드시 전화로 직접 확인"메신저피싱은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 범죄 특성상 중국 등 해외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검거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검거되는 대부분이 국내 인출책이다.
경찰은 메신저피싱 대책으로 △자녀나 지인이 메신저로 금전 또는 개인 정보를 요구할 때 반드시 전화로 본인에게 확인할 것 △외부링크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앱을 설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찰청은 메신저피싱 예방을 위해 금융사기 등 사이버 사기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4대 사이버 사기 특별단속 기간'을 올해 말까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지인으로 속여 원격제어 앱 등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휴대전화에 확인되지 않은 앱이 함부로 설치되지 않도록 보안 설정을 강화하는 등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