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처럼" 외치며 文대통령 겨냥한 야권…여권 "뻔한 속셈"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0.11.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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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야권이 문재인 대통령 비판을 위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교에 나섰다. 각종 현안에 정면 대응을 꺼리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은 "숨어 있다"는 논리다. 반면 여권은 부쩍 늘어난 야당의 노 전 대통령 언급을 "비열한 정치"라 일축했다. 대통령을 정쟁의 한 복판으로 끌어내려는 야당의 의도가 뻔하다며, 절대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주호영 "檢수사 담담히 받던 盧"…금태섭 "盧 했고, 文 회피"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권 인사들은 29일 일제히 문 대통령의 침묵을 "책임 회피"라 평가하며, 비판의 소재로 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SNS에 "이 정권 사람들에 대한 면책특권이 완성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공화정은 무너질 것이다. 그게 문 대통령,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인가"라며 "검찰 수사를 담담히 받아들였던 노 전 대통령이 울고 계시다"고 썼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금태섭 전 의원도 이날 SNS 게시글에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운영의 최종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은 필요하면 결단을 내리고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것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회피하고 있다"고 적었다.



금 전 의원은 또 2003년 '검사와의 대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지금 검찰 지도부 그대로 두고 몇 달 가자는 말씀이신데 그 점 제가 용납 못하겠습니다"라는 발언을 소개하고, "그날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듣고 검찰총장에게 사퇴하라고 직언을 해서 사표를 받아내다시피 했던 것은 검사들이었다"고 전했다.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국민의힘 세종시당위원장도 이날 유튜브 채널에서 "노 전 대통령 같으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그렇게 (침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윤 총장 인사의) 사실상 결정주체인데 마치 자신은 아무 관계 없는 양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비겁하다"고 힐난했다.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전날 SNS 게시글에서 "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대통령이라면 가져야 할 소통이란 기본 의무에 너무나 무심하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너무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윤건영 "세상 변했지만, 비열한 공격은 그대로"…여권, 타이밍 '아직'
올해 1월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상견례를 위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각각 들어서는 모습. / 사진=과천(경기)=이기범 기자 leekb@올해 1월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상견례를 위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각각 들어서는 모습. / 사진=과천(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야당의 잇단 공세는 대통령을 정쟁의 한 복판으로 끌어내 '진흙탕 싸움'을 하겠다는 야당의 속셈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정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대통령에게 침묵한다고 비난하지만, 애초부터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의중'에는 관심도 없다"면서 "그것은 십수년 전의 노 전 대통령이나 지금의 문 대통령이나 똑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지금 그들은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비난하지만, 과거에는 '대통령이 입을 열면 4000만 국민이 고통받고, 대통령이 침묵하면 국민이 편안하다'고 했다"며 과거 야당 주요 인사들의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 비난 발언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공격하는 언어는 바뀌었지만, 그 방법은 똑같다. 세상은 변했지만, 야당의 비열한 공격은 그대로"라며 "어차피 목적은 ‘대통령을 정치로 끌어내어 막장 드라마’를 쓰는 데 있다.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의원의 이 같은 인식은 정부·여당 내에서도 공감대가 상당하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과거 참여정부 당시 학습효과 때문이랑 분석도 있다. 당시 청와대가 검찰을 직접 비판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독립성을 강조하던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 과정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자신이 나설 경우의 정치적 파장과 검찰개혁 실익 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는 즉시 현 갈등 구도가 '추미애 대 윤석열'에서 '청와대 대, 검찰+야당'으로 바뀔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 주장대로 (윤 총장의) 징계위 심의도 하기 전에 문 대통령 입장이 나오면, 그 순간 야당은 직권남용 등 법적 문제를 들이댈 것이고 정치적 파장은 더 커질 것"이라며 "법무부 징계위 결과가 나와야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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