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N초점] 왜 영화 감독들은 드라마에 도전할까

뉴스1 제공 2020.11.29 06:06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연상호 김지운 이경미 감독 © 뉴스1 DB연상호 김지운 이경미 감독 © 뉴스1 DB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천만 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드라마 '지옥'이다. '악마를 보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할만한 굵직한 작품을 만들어 온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도 드라마 '미스터 로빈'이다. 영화 '수상한 그녀'와 '남한산성'을 연달아 성공시킨 황동혁 감독 역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차기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진출 배경의 중심에는 OTT 서비스가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콘텐츠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회사는 전세계 190개국에서 1억9300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2020년 기준) 미국의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론칭해 그간 다양한 오리지널 작품들을 만들었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많은 국내 관객들이 처음 넷플릭스에 관심을 갖게 만든 계기가됐다.



이후 넷플릭스는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시리즈 '킹덤' '킹덤2' 등을 선보였고, 올해도 이경미 감독이 연출한 '보건교사 안은영'을 비롯해 '좋아하면 울리는' '인간수업'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직까지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우리나라 오리지널 작품은 드라마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 제작사가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사실상 미국 영화라고 본다면, 아직 한국에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없다.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OTT에 적합한 콘텐츠라고 보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OTT 서비스 회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구독자수를 확보하는 것이고, 콘텐츠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 볼 수 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1에 "구독자 유치에 가장 효과적인 장르는 영화보다 드라마인데, 길어야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영화는 신규 구독자 유치보다는 기존 구독자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쪽인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이라도 큰 돈을 영화 파트에 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기대작이라고 하지만 두 시간을 보려고 월정액을 가입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라며 OTT 업계에서 드라마에 보다 집중하는 배경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OTT 서비스 회사들이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점은 신규 OTT 서비스 회사들의 신작들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근시일 내 국내에서 론칭 예정인 애플TV플러스는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는 '미스터 로빈', 윤여정이 주연을 맡은 '파친코' 등의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드라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OTT 서비스 회사들은 연출력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영화감독들과 손을 잡고 '영화 같은' 드라마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감독들의 입장에서도 이 같은 제안은 나쁘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라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감독들이 인터뷰 등을 통해 '대세 플랫폼'으로 떠오른 OTT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드라마를 연출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알린 바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 포스터 © 뉴스1'보건교사 안은영' 포스터 © 뉴스1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처음 드라마에 도전한 이경미 감독은 지난 달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플랫폼을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줄곧 있었다"며 넷플릭스 드라마에 도전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대해서도 "만들면서 즐거웠다, 극장용 상업영화로 했다면 절대로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 많았다"며 표현을 다채롭게 하면서 정말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채널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융리하고 독보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을 알렸다.

거장 박찬욱 감독 역시 영국 BBC와 미국 AMC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의 연출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드라마의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박 감독은 "원작을 130분짜리 영화로 옮기려다 보면 이것저것 다 쳐내고, 인물을 없애거나 축소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며 드라마를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국내 드라마 시장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OTT 플랫폼 뿐 아니라 케이블 채널, 종편 채널 등 다양한 채널에서 드라마를 선보이게 되면서 드라마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드라마에도 영화 만큼의 높은 완성도가 요구되고 있으며, 완성도 높은 작품일수록 감독의 색깔이나 철학이 들어가게 돼 있기 때문에 드라마에 진입하는 영화 감독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극장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가운데 대세로 떠오른 OTT 서비스가 주목하는 장르는 '드라마 시리즈'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실력있는 감독들이 영화와 드라마의 장르 구분 없이 양쪽을 오가며 작품 세계를 펼쳐내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