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클라이밋사인(CLIMATESIGN)'이라는 로고가 비춰지고 있다. 2015.12.13 / 사진제공=뉴시스/신화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탄소배출 감축정책 도입 등에 따른 금융권의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개발한 '기후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의 결과를 지난 9월 발표했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금융권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2028년 국내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최저 4.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선제적 대응이 이뤄진다면 11.7%로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들 간 협력체인 BIS가 올해 초 '그린스완'(Green Swan)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과 궤를 같이한다. BIS는 기후변화 등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금융위기를 '그린스완'으로 규정했고,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COVID-19)를 인류가 맞닥뜨린 대표적인 그린스완 사례로 집중 조명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이어진다면 농산물 피해가 커지고, 이에 따라 농·식품 업체에 내준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지는 식이다.
특히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취임 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금융권은 주목한다. 이 협약에 따라 당장 2030년까지 한국이 줄이겠다고 밝힌 목표치는 기존 대비 37%다. 중국은 60~65%에 이른다. 탄소배출 기업에 대출을 내줬던 은행들로선 대출 부실, 대손충당금 반영, 실적 악화, 그에 따른 자본 축소와 BIS 비율 악화가 불가피해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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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근 금융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경영전략 최상단에 두고 있는 추세다.
특히 탈석탄, 탄소제로 등 고강도 '기후금융' 실행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2050년까지 그룹 내부와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 '제로(0)'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탄소배출 관련 기업에 투자하거나 대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30년 내에 해당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대출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도 얼마 전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며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인수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10년간 탄소배출량 25% 감축(2017년 대비) 목표도 세웠다. 미세먼지 저감 실천을 하면 우대이율을 주는 'KB맑은하늘적금' 등과 같은 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ESG 상품·투자·대출에 5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 소속 금융사들도 석탄 화력 관련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출입은행도 기존 대출과 채권 발행 등 일부에서만 활용되던 ESG 지표를 은행 운영 전분야로 확대, ESG 경영을 내재화하겠단 계획을 내놓았다.
한 금융지주 ESG 담당자는 "금융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실적과 리스크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감원은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리스크를 예측하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 상태다. 기후금융 업무와 연구 경험이 많은 영국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주요국들도 서둘러 규제 방안을 만들고 있다. 영국의 경우 기상이변에 의한 보험 건전성 리스크에 대비해 별도 감독수단 마련에 들어갔다. 중국은 친환경 투자활동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녹색신용지침'을 도입, 은행이 차주의 환경규제 위반 사항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브라질은 개별은행이 보유한 자산이 환경리스크에 노출된 정도를 의무 공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