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지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27일 아사히신문은 왕 외교부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한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고민에 빠진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올해 8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방한한 데 이어 왕 외교부장까지 한국을 찾았다면서 중국 주요 인사들이 한 나라를 연달아 방문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중국 내에선 강제징용 판결로 악화한 한일 갈등을 중재하는 방식으로 한중일 삼각구도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국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신중론이 있고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대중국 경계심이 높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차기 미 정부와의 관계를 우선시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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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왕 부장이 이날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면서, 이는 시 주석의 방한에 앞서 한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일본 내에서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을 둘러싼 중일 양국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9월 스가 요시히데 정권 출범 때까지만 해도 시 주석 지시에 따라 조기 방일 실현을 위한 협의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왕 부장은 이번 방일에서 "(시 주석 방일에 대해선)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쌍방이 적절한 조건과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사히는 왕 부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스가 정권이 일본 내 반중감정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것을 전제로 일본이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중국의 협조(중국 관광객(올림픽 경기관람 등)가 필수적인 만큼 일본 방문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시진핑 주석과 스가 총리의 만남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도 스가 총리와 왕 외교부장의 회동 뒤에 이들이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협력해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