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둘째날 화상회의에 참석해 화상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이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11.23
미중간의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방한 선물 보따리는 내놓을 상황도 아니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섣불리 중국측이 내놓을지도 모를 협력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일대일로(一帶一路) 협력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적극 추진을 회담의 성과로 부각했다. 한중일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등도 부각시키기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응하긴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의 방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는 보인다. 시 주석의 방한은 사드 배치 이후 한국에 가해졌던 한한령이 해제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인정한 적이 없다.
다만 심리적으로 시 주석의 방한은 사드 이후 지속돼 온 한국 관광 문화 산업 등에 암묵적 규제를 풀어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에서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을 하는 관계자는 "한한령은 중국 공무원이나 기업들의 심리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시 주석의 방한은 심리적으로 한국과의 문화적 교류를 재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수년째 이어진 암묵적은 규제로 한국 기업들이 잃어버린 중국 시장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류는 이미 한풀이 꺾였고 이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관광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암묵적인 한한령이 해제되더라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북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 남북간 교류가 거의 막혀 있고,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개입 여지도 낮은 상태다.
실제 왕이 위원은 지난 27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남북 양측이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라며 "중국은 한반도의 중요한 이웃으로서 계속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와 협상의 자세로 나오게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는 박 의장의 요청에 대한 답변이다.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동맹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에 들어서면 중국이 미국을 의식해 경제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중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지역경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방한은 이 같은 움직임에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경제적으론 중국의 장기 경제계획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등이 가는 방향이 일치하고 있어 양국이 협력을 하면 큰 성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