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현지시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조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 변곡점을 맞게 된 상황에서 시 주석 방한이 갖게 될 다각적 의미를 두고 득실 계산이 치열하게 이뤄질 걸로 보인다.
중국이 시 주석 방한을 추진할 이유는 많다. 내년 1월 들어설 바이든 정부는 동맹 복원에 주안점을 두고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는 구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선 바이든 정부 구성 전 한중·중일 관계 관리 필요가 커진 상황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시 주석이 방한하는 외교 이벤트는 한중 양자 관계를 넘어 미중 전략경쟁 속 분명한 대미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한국은 중국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에 앞장서는 국가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외교 파트너다. 여기에 시 주석 방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이라는 자연스러운 형식을 취할 수 있고, 기업인 신속입국제도 등 기존 성과로 방역협력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은 시 주석 방한이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려는 조바심으로 읽힐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의 동맹국과 틈을 벌리려는 시도로 해석돼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면 잃는 게 더 많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미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오는 왕 위원의 행보를 두고 '한미일 협력 견제'란 해석이 뒤따른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이 중국 입장에서 시 주석 방한 카드를 현시점에 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직 외교 고위당국자는 “중국은 철저하게 현실주의적인 외교를 한다”며 “시진핑 주석 방한 역시 자국에 대한 득실을 따져 결정할 것”이라 했다.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현지시간) 도쿄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고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또 중국이 미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 견제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을 봉합한 이른바 3불(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가입, 한미일 협력의 군사동맹화)의 구속력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정부는 이른바 이 3불이 중국 당국과의 '약속'이 아니란 입장을 밝혀 왔다.
공식 성명 등 공개적으로는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의제들이나, 일각에선 중국이 한국에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중간 세부 의제에 대한 합의 수준에 따라 정상회담 성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한중 모두 국내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일 300명대를 이어가는 등 3차 유행이 현실화된 점도 변수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의 경우 어느 경우에든 '명분'이 될 수 있다. 한중 양국의 합의를 이행하지 못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만약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된다면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도 한중 양국이 고위급 교류를 이어갔다는 긍정적 측면을 부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