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짜리 '보안 공룡' 재탄생, ADT캡스·SK인포섹 합병 왜?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11.28 08:00
글자크기
SK인포섹·ADT캡스 합병 구조 /사진제공=SK텔레콤SK인포섹·ADT캡스 합병 구조 /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 (50,400원 ▼300 -0.59%)이 SK인포섹과 ADT캡스를 합치기로 한 것은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보안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서다.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융합보안 수요에 대응해 국내 1위 종합보안전문기업을 출범시켜 미래 가치를 높이고 IPO(기업공개)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28일 SK텔레콤에 따르면 SK인포섹은 연내 ADT캡스의 모회사인 자회사 '라이프시큐리티홀딩스'(LSH)와 먼저 합병하고 내년 1분기 중 ADT캡스와 합병을 마친다. 합병법인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3년 내 기업가치 5조원 규모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특히 두 보안 자회사 합병이 통신회사를 넘어 '글로벌 빅테크'(Big Tech)로 혁신하기 위한 '뉴비즈(신사업)' 확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합병법인인 '종합보안전문기업'의 청사진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융합보안 전문 서비스를 제시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기반한 AI(인공지능) 기술과 SK인포섹의 보안 관제·정보보안 플랫폼, ADT캡스의 최첨단 관제 시스템 및 출동 인프라를 결합한 '융합보안' 강자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물이 급증하고 각종 분야에 AI가 활용되면서 보안 시장에서 감시카메라와 출입 통제 등으로 대표되는 물리보안과 해킹 탐지, 네트워크 보안 관제 등 정보보안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융합보안 기술 수요가 증가하는 배경이다. 자율주행차나 사물인터넷(IoT)처럼 개인 소유 단말 기기, 시스템 등 자산이 모두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AI를 통해 보안 위협 탐지 자동화가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기·시스템에 대한 물리적 보호·통제와 정보보안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졌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캣앤마켓에 따르면 2017년 39억 달러(약 4조3329억 원) 규모였던 융합보안 시장은 2025년 348억 달러(약 38조8716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DT캡스만 해도 최근 출입통제 기기에 열화상 카메라 기능이 있는 얼굴 인식 기반 물리보안·방역 솔루션을 선보였다. 근태관리·PC 정보보안 등 재택근무에 필요한 기능을 담은 그룹웨어를 내놓기도 했다. ADT캡스 경쟁사인 에스원 등 전통적인 물리보안 업체들도 최근 기업 정보 유출을 통제하는 재택근무용 정보보안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기들이 개인화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기존 엔터프라이즈 사업으로 여겨져 온 정보보안의 개인 수요가 확대되는 등 수요자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SK인포섹, ADT캡스의 합병으로 사업 경계를 허물어 고객 다변화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인포섹 관계자는 "고객사가 엔터프라이즈(대기업) 위주인 SK인포섹과 개인이나 중소사업자까지 고객 범위가 넓은 ADT캡스를 합병해 고객 범위를 확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안업계에서 전통적인 '물리보안 기업'으로 불리던 기업들을 별도로 구분하는 것이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비슷한 보안사업을 영위하는 두 기업이 합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