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이유

머니투데이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2020.11.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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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사진제공=소프트뱅크벤처스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사진제공=소프트뱅크벤처스


AI(인공지능)를 이용해 심장마비를 2주 전에 예측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의 한 회사. 이 회사는 이번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일으키며 성장 기회를 잡았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중증환자들 관리에 어려움이 생긴 미국 의료기관으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진 것.



세계적으로 매년 2000만명 정도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다. 이 회사 외에도 그간 세계 각국의 수많은 기업이 심혈관계 질환이나 치매와 같은 다양한 질병을 예측하겠다며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의료·교육과 같은 보수적인 분야에선 완성도 높은 기술을 갖췄다고 해서 무조건 시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그간 실력을 갖춘 기업도 쉽게 두드리지 못한 시장의 여러 진입장벽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단숨에 허물고 있다. 기업의 성장 기회는 이처럼 기술과 사회적 변화, 2가지 축이 만날 때 비로소 생겨난다.



쇼핑이나 은행업무 등을 대면으로 처리해야만 마음이 놓이던 기성세대의 온라인 활용도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올라갔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영영 변화하기 힘든 세대였을지 모른다. 이렇게 한번 변화한 행동양식은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쉽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이 편리함과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근무나 채용의 영역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택근무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확산했고 원격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AI를 활용해 온라인 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AI는 면접자의 표정과 말투를 분석해 면접자의 성격이나 진정성, 업무적합성을 면접관에게 알려준다. 그간 면접관의 경험에 의존한 채용이라는 영역에 AI가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의료나 교육분야에서도 변화는 시작됐다.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기술상 구현이 가능했지만 시장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보급속도가 빨라졌다. 국내에서도 감염위험이 높은 고령층에 한해 한시적으로 비대면으로 의약품을 수령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


교육분야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육은 수백 년을 이어온 교육방식이지만 새로운 방식의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보전달, 지식전달 방법이 필요하고 관련 시장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밀집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공장이나 농장의 자동화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로봇 도입이 가속화하고 그간 사람들의 일자리였던 안내·청소·세탁 등은 모두 자동화할 것이다.

AI 기술은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들의 상상력도 엄청나게 자극한다. 우리의 일상을 AI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기회를 만들며 혁신을 이끌 글로벌 기업은 어디가 될지 자못 궁금하다.

최근 일부 제약회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분명 인류에게 큰 위기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많은 스타트업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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