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9만전자 간다? 연말배당만 받아도 수익률이…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11.3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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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비메모리 성장+외국인 수급+특별배당 3박자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삼성전자, 9만전자 간다? 연말배당만 받아도 수익률이…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의 질주가 심상찮다. 3만전자, 4만전자로 불리며 수많은 개미(개인 투자자)의 애간장을 태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6만원대를 넘어 역대 최고가 기록을 쓰더니 이제는 7만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증권가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7만전자가 아니라 8만전자, 9만전자까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 가치 변화, 지속적인 외국인 수급, 주주친화 정책의 확대 등이다.



목표주가 높이는 증권가…관건은 비메모리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23~27일) 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삼성전자 종목 리포트는 총 7개, 평균 목표주가는 약 8만3000원이다. 대부분 증권사가 8만원 이상을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목표가 9만원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1주일 전보다 5%가량 상향됐고 한달 전보다는 8% 가까이 높아졌다. 그만큼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은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 반등과 비메모리 사업 확대로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이끄는 '쌍끌이'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구성을 보면 반도체 부문이 약 15조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55%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먹여살린 셈이다.

반도체의 종류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있다. 메모리는 디램, 낸드플래시같은 저정장치다. 비메모리는 컴퓨터에 쓰이는 CPU, 모바일에 쓰이는 AP칩 같이 연산·제어 기능을 하는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약 80% 가량이 메모리에서 나온다. 디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1위다.

2017년과 2018년엔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인해 삼성전자의 실적도 점프했다. 4차 산업 시대의 본격화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센터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여기에 필요한 디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2017년 삼성전자는 53조64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2018년에는 6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는 기록적인 실적이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18년 슈퍼 사이클을 끝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 역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 주가가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도 이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로 잘 해 왔는데 과연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주요 산업의 필수재이긴 하지만 글로벌 경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시크리컬 업종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이 다소 떨어진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선 최강자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도 문제다. 나머지 70%가 비메모리이고 전체의 40% 정도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시스템 반도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반전으로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장 EUV(극자외선) V1 생산라인 /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장 EUV(극자외선) V1 생산라인 /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시스템 반도체를 택한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크게 설계 회사인 팹리스와 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도 하면서 생산도 하는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우선 파운드리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에 이어 세계 2위다. 점유율은 TSMC가 약 54%, 삼성전자가 17%로 차이는 상당하지만 미세기술 공정 등에 있어선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관건이 비메모리에 달려 있다고 본다. TSMC처럼 높은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을 받는다면 주가는 8만원, 9만원 이상도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사 TSMC의 PSR(주가매출비율)는 이미 10배에 근접했다"며 "삼성전자의 2021년 비메모리 매출이 20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업가치 200조원을 적용하면 PSR은 10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긍적적인 외국인 수급
긍정 전망의 두번째 요인은 수급이다. 주가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하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수급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 시장에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삼성전자를 연이어 순매수 하고 있다는 게 관전포인트다. 11월 들어서만 약 2조3000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비중을 늘린 액티브 자금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고 파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규모가 크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는 점에서 액티브보다는 패시브 자금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 그 동안 외국인 패시브 자금와 삼성전자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매우 높은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 패시브 자금은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로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약 8년간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 패시브 자금 누적 추이와 삼성전자 주가와 상관계수는 0.76에 달한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정비례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외국인의 패시브 자금 유입은 더 많아진다. 외국인이 많이 활용하는 기초 지수중에 하나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이머징마켓(EM) 지수다.

EM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만 약 4150억달러로 추정된다. EM지수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3.66%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EM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라가고 패시브 펀드들은 올라간 비중만큼 기계적으로 삼성전자를 매수해야 한다.

EM지수의 패시브 자금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비중이 0.1%포인트 오를때마다 약 4억달러(45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기계적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수급이 뒷받침 된다면 주가 상승은 더 탄력을 받을수 있다.

국내 투자 환경도 우호적이다. 특히 최근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고 이 중 상당수가 삼성전자로 쏠린다.

삼성전자가 2020년 3분기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2조 3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 앞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삼성전자가 2020년 3분기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2조 3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 앞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액티브 자금도 유입될만한 요인이 상당하다. 액티브는 펀드를 운용할때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자의 판단에 따라 특정 종목의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한다면 액티브 펀드들은 삼성전자 비중을 적극 늘릴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 업체들보다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로 본다. 삼성전자의 비교 상대로는 △메모리 분야에선 마이크론 △파운드리 분야에선 TSMC와 SMIC △팹리스에선 퀄컴, 엔비디아, AMD △종합반도체로는 인텔 △모바일에서는 애플 등이 있다.

그런데 경쟁 업체들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대부분 삼성전자보다 월등히 높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20% 정도인데 팹리스나 주요 파운드리 중에서는 2배 이상 오른 기업도 있을 정도다.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PER도 삼성전자가 다른 경쟁업체보다 저평가 상태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PER은 14배인데 다른 기업들 평균은 46배에 이른다. 글로벌 액티브 펀드들이 이런 요인들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삼성전자의 비중을 더 늘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연말 특별배당…주주환원 강화 기대
마지막으로 살펴볼 요소는 주주환원 정책이다. 주주환원 정책은 말 그대로 주식 회사가 돈을 벌면 그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5년 동안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왔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주주환원 금액은 62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말에는 특별 배당도 기대해 볼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8~2020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증권업계 추정으로 최근 3년 간 삼성전자의 잉여현금은 약 72조5000억원으로 이 절반인 36조2500억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해야 한다. 이 기간 총 배당금액이 28조8000억원이니 이를 빼면 7조4000억원을 올해 말까지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에 사용해야 한다.

이 돈을 모두 배당한다고 할때 연말 배당금은 한 주당 약 1400원이다. 지금 주식을 산다 해도 배당 수익률은 약 2% 초반 정도다.

더 중요한 건 삼성전자가 앞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3개년 배당 계획이 마무리 되는 올해말, 삼성전자는 새로운 배당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명분은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인데 실제론 고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의 사망으로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계획은 기존보다 고강도 배당정책이 될 것"이라며 "향후 주가 상승과 주주환원을 통한 가치 제고가 추진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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