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M&A 뛰어든 유경선 유진회장, 두산인프라 품에 안을까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0.11.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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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 사진제공=유진그룹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 사진제공=유진그룹


두산인프라코어 (8,560원 ▲120 +1.42%) 매각전에 깜짝 후보로 등장했던 유진기업이 본입찰에 뛰어들면서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에 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에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유진기업 (3,705원 ▲15 +0.41%)이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적격 예비 인수 후보(쇼트리스트)였던 GS건설을 비롯해 사모 펀드(PEF)인 MBK·글랜우드PE·이스트브릿지 등은 모두 입찰에 불참했다. 이로써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이 '2파전' 구도로 압축, 마지막 절차인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이다.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8000억∼1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인수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인수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자금여력과 인수 이후 시너지를 감안한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성공하면 그룹 계열사로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까지 거느리게 돼 대형 건설기계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안기면 국내 건설기계 시장은 현대건설기계와 볼보건설기계의 '빅2' 체제로 재편된다.

레미콘과 건자재 유통이 주축인 유진그룹의 참여는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개척이 명분이다. 유진그룹은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자재 생산과 건설시공, 시행사업 등 그룹 건설부문의 수직계열화와 함께 건설기계 분야 진출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로 유진그룹을 한때 재계 30위권까지 급부상시킨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재계 8위 공룡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어떤 지략을 보일지 관심사다.


1969년 군납 건빵 식품회사로 출발한 유진이 물류, 유통, 금융, 건설소재 등으로 현재의 재계 62위 그룹사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유 회장의 M&A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은 M&A 노하우에 있어서는 현대중공업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 M&A 팀의 역량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며 "내부 인력으로 인수추진팀을 만든 것은 유 회장을 중심으로 빠른 의사결정 체제를 이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재필 창업주의 장남인 유 회장은 1985년부터 부친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어 오다가 2004년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했다. 이후 유 회장은 2004년 고려시멘트를 시작으로 2007년 로젠택배, 한국GW물류, 한국통운, 서울증권, 하이마트를 잇달아 인수합병에 성공해 'M&A의 귀재'라는 수식을 얻기도 했다. 회사 규모도 커져 30대 그룹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유 회장이 각종 M&A로 그룹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로젠택배와 하이마트 재매각은 실패한 M&A 사례로 남았다. 시장 상황의 악화로 인수한 기업을 되팔게 된 유진그룹은 2016년 모그룹 해체로 매물로 나온 동양을 인수, M&A를 재개했다. 2017년에는 현대저축은행(현 유진저축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M&A는 3년만이다.

인수와 재매각 등 숱한 M&A 전력은 유진그룹의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을 약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무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결국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후 되팔아 시세차익 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자금동원력을 갖추고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앞세운 현대중공업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유진그룹이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을 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인 만큼 유의미한 대결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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