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쇠창살 찔려 죽은 곰순이…경찰은 동물학대 '무혐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0.11.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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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경찰서, 동물학대 관련 '증거불충분 무혐의'로 검찰 송치…피해자 "CCTV 증거도 안 냈으면서" 울분

쇠창살에 찔려 숨진 곰순이. 보호자에겐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었다./사진=곰순이 보호자쇠창살에 찔려 숨진 곰순이. 보호자에겐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었다./사진=곰순이 보호자


경남 진주 애견호텔에서 반려견이 죽었다. 이름은 곰순이였다. 하얗고 털 많고 순한 사모예드였다.

사건은 이랬다. 곰순이 보호자인 서모씨는 애견호텔에 지난달 9일 오후 4시 30분에 갔다. 취업 준비 때문에 서울로 가야 해서 곰순이를 맡겨야 했다. 예전에도 이용한 곳이라 믿었다.

호텔 사장은 약 3시간 뒤인 지난달 9일 저녁 7시 40분부터 10일 낮 12시까지, 곰순이를 쇠창살이 삐죽삐죽 솟은 좁다란 케이지에 가뒀다. 천장 없는 철창이라 플라스틱 판을 얹고, 케이블 타이로 묶었다. 그 안엔 물과 사료도 두지 않았다. 녀석은 16시간 동안 꺼내달라고 울부 짖고 몸부림을 쳤다.



이어 지난달 10일 저녁 7시 20분에 다시 가뒀다. 그날 밤 9시 20분 일이 벌어졌다. 곰순이가 살겠다고 나오다 쇠창살이 허벅지와 배 사이에 꽂혔다. 그리 12시간 동안 거꾸로 매달려 있다 숨졌다.

12시간 쇠창살 찔려 죽은 곰순이…경찰은 동물학대 '무혐의'


이는 '곰순이 사건'이라 불리며 공분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종료될 때까지 6만명이 넘는 이들의 지지 서명을 받기도 했다.

진주시청, '동물학대 혐의'로 애견호텔 사장 고발
진주 애견호텔이 곰순이를 가둔 케이지./사진=곰순이 보호자진주 애견호텔이 곰순이를 가둔 케이지./사진=곰순이 보호자
이에 진주시청은 해당 애견호텔을 두 가지 혐의로 진주경찰서에 고발했다. 하나는 무허가 영업, 둘째는 동물학대였다.

동물학대 혐의와 관련해 경찰이 따져봐야 하는 법 조항은 이랬다.


1. 동물보호법 제8조 : 누구든지 동물에 대해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

2. 제8조 제1항 제3호 :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3. 제8조 제2항 제3호의 2: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제공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

진주 애견호텔이 곰순이를 가둔 케이지./사진=곰순이 보호자진주 애견호텔이 곰순이를 가둔 케이지./사진=곰순이 보호자
3-1. 최소한의 사육공간(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 1의2) : 가로 및 세로는 각각 동물의 몸 길이의 2.5배 및 2배 이상일 것. 높이는 동물이 뒷발로 일어섰을 때 머리가 닿지 않는 높이일 것.

4.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 1의 3: 동물에게 질병(골절 등 상해 포함)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수의학적 처치를 제공할 것.

진주경찰서, 동물학대 '무혐의'로 검찰 송치
수사를 맡은 진주경찰서는 애견호텔 측의 동물학대에 대해선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그래서 불기소 의견으로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에 송치했다. 무허가 영업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을 냈다.

그러나 곰순이 보호자인 서씨는 경찰이 제대로 일 처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사건 중요 증거인 애견호텔 CCTV 영상은 검찰에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CCTV 영상은 곰순이 보호자가 직접 검찰에 제출했다. 서씨는 "검사가 CCTV 영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을 맡은 진주경찰서 이모 수사관에게 동물학대 무혐의 사유를 물었으나 "직접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CCTV는 확인했단 답만 들었다. 이어 진주경찰서 경무계를 통해 재차 답변을 요구했으나 "가르쳐드리기 곤란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CCTV를 안 낸 사유도 답을 듣지 못했다.

곰순이 사망 사건에 대해 진주지청 관계자는 "경찰에서 사건이 올라왔고, 동물학대에 대해서도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이 동물학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경찰에 재수사 지시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서씨는 "재수사를 하더라도 다른 수사관이 맡게 해달라"고 청했다.
            곰순이가 뛰놀던 모습./사진=보호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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