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AFP
이런 분위기는 25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때 감지됐다. 왕 부장 방한과 동시에 미 국무부는 '6.25전쟁'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비판했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한국과 미국은 피로 맺은 혈맹"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 국무부는 6·25전쟁을 두고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한국을 침공해 시작됐다”며 이에 대한 중국의 역사관은 ‘공산당의 선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왕 부장 방한에 맞춰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 국무부가 장진호 전투가 발발한 11월 27일보다 이틀 앞선 25일 추모 메시지를 올린 건 왕 부장을 겨냥한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 왕 부장 방한이 바이든 차기 정부의 한·미·일 삼각공조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해 중국의 역사 왜곡을 지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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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국의 형제·자매와 함께 싸운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 양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도 조율 중이다. 날짜는 내달 초쯤일 것으로 예상된다.
왕 부장의 방한 직후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확정되면 약 2주 간격으로 미·중 고위급 외교 사절이 한국을 찾게 된다. 미 정권 교체기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외교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
26일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바이든 정부가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비전에 필수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비전에 있어 한국이 방어벽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는데도 한미동맹은 20세기 유산의 수렁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향한 미국의 비전에 필수적 역할을 하게 하면 양국은 북한 등 동북아 지정학적 위험에 더 잘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비전에 필수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우려는 미국에게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할 수 있을까.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 여부와 시기에 대해 저울질하고 있을 한국 외교당국에 '한미동맹이 수렁에 빠져있다'는 미국 연구기관의 날선 지적은 고민의 무게를 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