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안 열려도 간다'…성장 속도내는 의료 스타트업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0.11.2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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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네오펙트·메디히어 등 의료 AI, 원격의료 분야서 '두각'

'원격진료 안 열려도 간다'…성장 속도내는 의료 스타트업


코로나19(COVID-19) 이후 의료 분야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탈(VC)뿐 아니라 전략적투자자(SI)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그간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성을 확신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등에 업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인 스카이랩스는 최근 종근당에서 25억원의 브릿지 투자를 유치하고 심장 모니터링 기기 '카트원'(CART-I, Cardio Tracker)의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심장질환 분야에 강점을 지닌 종근당은 스카이랩스에 투자를 단행하는 것 외에도 기술 연구 기반을 제공해 신제품 개발을 돕고 '카트원'을 국내 소비자대상(B2C)으로 독점 판매하기로 했다. 종근당은 오는 12월부터 종근당케어 사이트를 통해 '카트원'을 B2C로 판매할 예정이다.

'카트원'은 반지형 심장 모니터링 기기로 광학센서(PPG)를 사용해 심전도, 심방세동 환자의 불규칙한 맥박을 측정한다. 유럽 CE 인증을 받았고 임상 연구를 통해 심방세동 탐지 정확도가 99%를 나타내며 의료기기로서 성능을 입증받았다.



루닛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다. 올해 초 중국 레전드캐피탈 등 국내외 7개 기관투자자에서 3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중 LG CNS는 투자자로 참여한 것뿐 아니라 루닛의 AI 솔루션을 공공의료부문에 적용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루닛의 주요 제품은 루닛인사이트(흉부 엑스레이·유방 촬영 AI 분석 소프트웨어), 루닛스코프(조직검사 영상 AI 분석 프로그램) 등이다. 루닛인사이트는 흉부 엑스레이·유방 촬영 결과를 AI 알고리즘이 분석해 크기가 작거나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있어 놓치기 쉬운 병변·종양을 조기 진단하도록 돕는다. 루닛스코프는 조직 검사 영상에서 암의 기질과 상피조직·림프구를 발견하고 면역 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한다.

스카이랩스가 개발한 심장박동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 '카트원' /사진제공=스카이랩스스카이랩스가 개발한 심장박동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 '카트원' /사진제공=스카이랩스

미국·영국 원격진료 허용 10여년 흘렀지만…국내는 아직 논의 초기
기술 기반 의료 스타트업의 경우 국내 의료 규제로 인해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외시장에 동시 진출해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미국, 영국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지 10년이 넘었으며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국내에선 한시적으로만 부분적인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허용됐다. 1차 문진, 의사 화상 진료 및 전자 처방까지만 가능하고, 처방 의약품 배달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의료 AI 분야에선 최근 대한병리학회가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발표하는 등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메디히어는 미국 뉴욕 오피스와 한국 서울 오피스에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지난 8월 무제한 원격진료·상담 멤버십 서비스를 미국과 한국 등 세계에 출시했다. 국내에선 보건복지부가 한시적으로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을 허용하면서 원격진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재활의료기기 업체인 네오펙트도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네오펙트의 미국 의료법인 '커뮤니티 리햅 케어'는 매사추세츠 주정부로부터 코로나19에 관련된 원격의료비 보험 적용을 승인받았다.

의사·보험사가 일차 영업대상…"임상 통해 효용 입증 먼저"
또 이들 업체가 판매하는 기술을 일차적으로 알리고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의사·보험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들에게 기존 업무를 변경할만한 효과나 효율성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현재는 소비자가 의사들의 추천을 받아 기기를 구매하고 기기에서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처방·치료를 받는 B2C 모델이지만 향후 보험사를 주요 수요자로 하는 B2B 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성질환 피험자들의 데이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카트원 활용이 일회성·단기성 처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필요한 의료기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임상 결과를 수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보니 AI가 '의사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듣기도 하는데 오히려 단순한 판독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의사들은 더 높은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AI 판독은 의사들 진단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데 오히려 의료 현장에서 AI에 대해 갖는 기대는 이보다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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