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식 '뉴LG' 인사…'외부인재·여성' 이어 '45세 이하' 임원에 방점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11.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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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LG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LG


26일 LG그룹이 단행한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는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 속 구광모 회장 체제 공고화에 방점이 찍혔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파격을 택한 데다 올해는 계열분리를 비롯해 분사 등 그룹 차원의 대변화가 이뤄진 만큼 '안정 속 혁신'에 중점을 뒀다.



특히 구 회장의 실용주의를 반영할 전문성 갖춘 인사를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대거 중용, 발탁해 성장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구본준 고문 계열분리 속 기존 부회장단 유임 '신구 조화'
구광모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뉴 LG' 체제로 본격적으로 변화하는 동력을 마련했다. 구본준 고문이 계열분리하는 ㈜LG상사와 하우시스 등 5개사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에 대표이사를 맡기로 한 것과 맞물려 구 고문의 측근인 하현회 LG유플러스 (9,970원 ▼80 -0.80%) 부회장이 용퇴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9,970원 ▼80 -0.80%) Consumer사업총괄 사장이 신규 CEO로 선임돼 하 부회장의 빈자리를 채운다. 류재철 LG전자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 부사장은 H&A사업본부장으로, 남철 LG화학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첨단소재사업본부장으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구 회장이 3명의 CEO와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을 새로 선임하면서 그룹 전반에 '미래준비 가속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LG의 권영수 부회장과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LG생활건강 (380,000원 ▼6,500 -1.68%) 차석용 부회장, LG화학 (439,000원 ▼1,000 -0.23%) 신학철 부회장 등은 유임시키면서 신구 조화를 꾀했다.


사장 승진자는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이상규 사장 △실리콘웍스 CEO 손보익 사장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손지웅 사장 △LG인화원장 이명관 사장 △㈜LG CSR팀장 이방수 사장 등 총 5명이다.

이번에 CEO급을 포함한 LG그룹 전체 신규 임원 승진 규모는 181명이다. 지난해 168명과 비교해 13명 늘어난 수준인데 경영진을 제외한 핵심 임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올 한해 23명의 외부 인재를 수혈해 임원으로 앉힌 것도 새삼 눈에 띈다. 새로운 시각에서 미래성장 사업을 추진하고 그룹 내부의 실질적 변화를 동시에 이끌기 위해 순혈주의를 타파가 필요하다는 구 회장의 인식이 반영된 인사로 해석된다.

LG CNS CSO(최고전략책임자, 부사장)로 윤형봉 티맥스소프트 글로벌사업부문 사장을 선임한 게 대표적이다. 허성우 롯데BP화학 대표 겸BP(British Petrol)코리아 대표도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글로벌사업추진담당(부사장)으로 세웠다.

구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단과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고객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질적인 변화와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래성장과 변화를 이끌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육성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 임원 역대 최다…LG에너지솔루션 대표에 전지사업본부 김종현 본부장
LG그룹은 지난해 106명보다 증가한 124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이 중 45세 이하 '젊은 상무'는 24명(2019~2018년 각 21명)으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미래 CEO' 인력풀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연소 임원은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 지혜경 상무(1983년생, 37세, 여성)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은 총3명이 발탁됐다.

올해도 구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분야의 과감한 인재 발탁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1980년생인 우정호 책임은 스마트폰 카메라 UX(사용자경험) 차별화와 화질 최적화로 시장에서 인정받아 이번에 상무로 승진했다.

LG화학에서 분사된 'LG에너지솔루션'은 전지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김종현 본부장을 대표이사 사장이 이끈다.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신설 법인에 12명의 신임 임원을 발탁해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임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전무 승진 4명, 신규 임원 선임 11명 등 역대 최다인 15명(2019년 11명, 2019년 6명)이 승진하는 등 거센 여풍(女風) 바람을 이어갔다.

LG그룹은 "코로나19 등 국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는데 초점을 맞춘 인사"라고 요약했다. 이번 인사틀 통해 이전보다 자기 색을 한층 뚜렷하게 드러낸 구 회장이 향후 더욱 공격적인 경영 활동에 나설 것으로 재계는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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