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누른 LP…어떤 재미와 매력 갖췄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11.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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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 284 기획전시 ‘레코드284-문화를 재생하다’…저장 매체 넘은 놀이 문화의 예술적 가치는?

기획전시 '레코드 284-문화를 재생하다' 문화역서울 284 광장 내 체험존.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기획전시 '레코드 284-문화를 재생하다' 문화역서울 284 광장 내 체험존.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는 레코드(LP)판 매출이 CD 매출을 34년 만에 추월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LP판의 판매액은 2억3210만 달러(약 2748억원)로, CD 판매액인 1억2990만 달러(약 1543억원)보다 무려 1000억원 이상 많았다.



음악을 듣는 매체는 스트리밍이라는 온라인 툴이 절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오프라인에서 LP판이 선전한 배경에는 특유의 아날로그 음감이라는 특징 이외에 문화적 감성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동시대에 레코드가 지닌 새로운 가치가 그것으로, 레트로 세대는 레코드를 기억과 경험의 예술적 산물로, 뉴트로 세대는 새로운 창작적 오브제로 수용하는 식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는 기획전시가 지난 25일 개막,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역서울 284의 기획전시‘레코드284-문화를 재생하다’가 그 주인공.

이번 전시는 동시대 문화트렌드로 자리 잡은 레코드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고자 기획됐다.

레코드의 제작에서부터 유통, 소비, 문화 창작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다뤄 레코드가 단순한 음악 저장 매체가 아닌, 일상 속 창작의 원동력이자 영감의 매개체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담긴 셈이다.


권정민 객원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10개 다른 공간에서 이뤄진다”며 “레코드가 하나의 예술적 매체로 재현돼 다각도로 경험해 볼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두 가지 주제로 요약된다. 우선 ‘레코드 마스터’에는 레코드 문화와 산업을 이끌어온 마스터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CD 누른 LP…어떤 재미와 매력 갖췄나
△레코드의 전 공정 생산 시스템을 갖춘 국내 대표 기업 마장뮤직앤픽처스 △신해철, 듀스, 윤종신 등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중 가수들의 음반 표지 사진을 찍어온 안성진이 선정한 15점의 사진들 △턴테이블리즘을 추구하는 DJ 소울스케이프의 레코드 54선 △희귀 음반과 턴테이블 수집가 레몬이 소개하는 1960~80년대 턴테이블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가 선별한 1980~90년대 명반 20선 △국내 최대 규모의 음반 축제 ‘서울레코드페어’가 발매해온 한정반들과 포스터 등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시된다.

‘레코드 문화’는 동시대 디자이너와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 안에서 재해석된 레코드 문화를 다룬다.

레코드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장유정의 설치 작품과 이선미와 베리구즈가 조성한 음반과 식물이 있는 공간이 영상 매체로 전시된다. 또 SWNA, 제로랩, 스튜디오 워드, 월간오브제 등의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레코드 수납과 청음을 위한 가구들이 서울 시내 9곳의 복합문화공간에서 전시된다.

성수동의 메쉬커피, 로스트성수, 에디토리, 오르에르, 카페포제, 코사이어티, 타임애프터타임, 연남동의 사운즈굿, 한남동의 챕터원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1980년 중후반 CD가 등장하면서 사라질 것 같았던 LP가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 부활하고 있다”며 “퇴보가 아닌 놀이하는 인간의 창작 도구가 된 레코드 문화를 마음껏 즐길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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