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인데 왜 웃지 못하니…'곱버스' 산 개미의 탄식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11.2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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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호황인데 왜 웃지 못하니…'곱버스' 산 개미의 탄식


"5000원대에 '곱버스'(곱하기+인버스)를 샀는데 아직도 물렸다. 손실을 메꾸려면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자인 40대 변호사 A씨는 요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볼 때마다 걱정이 쌓인다. 지난 7월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KODEX200선물인버스2X) 상품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3000원대에 머물러 있는 종목이 4200원대만 올라와도 손절할 계획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장 속에서도 울상인 투자자들이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이다. 개인 투자자의 인버스 투자 금액은 8000억원을 넘겼다. 이들 상당수가 연말 증시 조정만 바라며 마음을 졸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200선물인버스2X' (7024억원)으로 집계됐다. NAVER (187,100원 ▼2,200 -1.16%)(5336억원), 삼성전자우 (67,200원 ▲400 +0.60%)(4145억원), LG전자 (96,800원 ▼200 -0.21%)(1590억원) 등 대형주를 가뿐히 제친 규모다.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삼성자산운용의 인버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로, 코스피200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가 1% 오르면 2% 손실이 나고, 1% 떨어지면 2% 오르는 방식이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곱버스'로 불린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일반 인버스 상품인 'KODEX인버스'도 149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200 지수가 떨어지는 만큼 이득을 보는 상품이다. 곱버스까지 합치면 이달 들어서 개인투자자가 인버스에 베팅한 자금 규모는 약 8500억원에 달한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3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증시 급락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11월 이후로는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매도세로 일관하던 외국인이 연일 순매수를 거듭했지만 개인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매도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개인투자자는 5조1979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7조3518억원을 사들였다. 이중 일부 개인투자자는 지수를 고점이라고 판단해 인버스 상품까지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증시 호황이 이어지며 인버스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15.8% 오를 동안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27.2% 떨어졌다.

이달(1일~25일) 개인투자자의 곱버스 평균매수단가는 3658원으로, 현재가(3210원)와 비교한 수익률은 -12.3%다. 개인투자자가 월별 코스피 순매도세로 돌아선 10월부터 살펴보면 평단가는 3846원, 손실율은 -16.5%로 더욱 커진다.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최근 단기 급등으로 지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주요국 대비 한국의 3분기 호실적, 원화 강세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는데, 연말로 갈수록 투자 유인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14거래일 연속 이어진 외국인의 사자 행진은 전날 419억원을 순매도하며 한풀 꺾였다. 다만 26일에는 25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4분기 실적 모멘텀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연말이면 패시브 자금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수 강도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진철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불복 사태가 오래 가고, 겨울철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부담"이라며 "코로나 발발 후 저금리와 유동성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는데, 앞으로는 코로나가 남긴 경제적 상처에 눈을 돌리며 경기회복 속도에 발맞춰 주가가 움직일 공산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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