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발탁 50대 CEO 전성시대…통신사 리더십이 바뀐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0.11.26 11:25
글자크기

LGU+ 황현식 CEO 내정, 첫 내부 발탁...구현모 KT대표 '정통 KT맨', 통신본업+신사업 포석

황현식 LG유플러스 새 CEO(대표이사 사장) 내정자황현식 LG유플러스 새 CEO(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통신사업 성장 정체 위기와 ICT(정보통신기술) 신사업 확장 기회를 동시에 맞이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내부 출신 50대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잇따라 전환하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본업인 통신과 신사업에 두루 밝은 젊은 기수를 내세워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전날 이사회에서 황현식(58)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황 사장은 LG유플러스 내부에서 발탁한 첫 CEO로, 20년 넘게 통신업계에 몸담은 정통 '통신맨'이다.



황 사장은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이후 LG유플러스의 두드러진 5G 사업 성장과 모바일 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같은 해 11월 유무선 사업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1년여 만에 대표이사를 맡아 LG유플러스를 이끌게 된 것이다. 현 CEO인 하현회(63)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고객 경험 혁신으로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며 황 사장에게 바통을 물려주고 용퇴한다.

하 부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황 사장이 새 CEO로서 여러분과 함께 하게 돼 매우 든든하게 생각한다"며 "황 사장은 탁월한 사업역량과 열정을 가진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신뢰와 존경을 받는 출중한 리더이자 오랜 기간 LG그룹 사업현장에서 같이 일해온 동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과 B2B ICT 시장 1등 기업 실현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20.10.28/뉴스1(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과 B2B ICT 시장 1등 기업 실현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앞서 KT도 지난 3월 전임인 황창규(67) 회장의 뒤를 이어 구현모(58) 대표이사 사장을 새 CEO로 맞았다. 15년 만의 내부 승진 CEO인 구 대표는 1987년 입사 이래 34년간 한 우물을 판 정통 KT맨이다. 구 대표는 최근 KT의 정체성을 통신사가 아닌 '통신 기반의 플랫폼 기업'으로 규정하고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KT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라는 새 B2B 사업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 'ABC' 기술을 접목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DX)과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리더십 변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회장·부회장 직급의 60대 CEO의 바통을 50대 내부 출신 CEO가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의 '탈통신-빅테크' 혁신을 이끌고 있는 박정호(57) 대표이사 사장도 구 대표와 황 사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 사장은 오랜 기간 SK텔레콤에 몸담아 통신업에 밝고 M&A(인수합병)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한 경영 전략·기획에도 능하다.

박 사장은 이날 새 먹거리인 모빌리티 사업 확장을 위해 신설하는 티맵모빌리티 분사 승인 관련 임시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의 ICT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방식을 혁신하고,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모빌리티 사업이 SK텔레콤의 다섯 번째 핵심 사업부로서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이런 리더십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와 맞닥뜨린 통신사들의 위기 의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기존 통신사업의 성장 정체로 통신사들의 경영 화두는 5G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는 쪽에 집중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바뀌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려면 본업인 통신 분야 전문가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면서도,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민첩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통신사들의 새 리더십이 안착하는 내년부터는 5G 시장의 본격 개화, ICT 신사업 확장과 맞물려 통신 3사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스1)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SKT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온오프라인 타운홀’에서 일하는 방향 혁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날 박 사장은 “내일 당장 코로나가 없어지더라도 전 직원이 집, 회사, 거점오피스 등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 애니웨어(Work Anywhere)’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 제공) 2020.11.18/뉴스1(서울=뉴스1)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SKT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온오프라인 타운홀’에서 일하는 방향 혁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날 박 사장은 “내일 당장 코로나가 없어지더라도 전 직원이 집, 회사, 거점오피스 등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 애니웨어(Work Anywhere)’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 제공) 2020.11.18/뉴스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