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적극행정 우수부서에 시상하는 '접시'에 적힌 글귀다. 평소 정 총리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다가 잘못이 있으면 부정이나 비리가 아닌 한 직접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복지부동'보다는 '적극행정'이 낫다는 소신이다. 불 난 곳 진입로를 막은 불법주차 차량을 부수더라도 소방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이 적극행정이다. 이런 적극행정에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정 총리가 지난 25일 접시를 들고 산업통상자원부 청사를 찾았다. 2006~2007년 산업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인연이 있는 곳이다. 산업부는 최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기도 하다.
공직사회가 얼어붙었다. 감사원과 검찰을 탓한다. 역시 '공무원은 복지부동이 살길'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예견된 결과다. 감사원이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면책대상에 포함될지 불안해하기보다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게 쉽다. 다수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의 공약사항 이행조차도 면책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을 빌미로 수많은 실무자들이 화를 당했다. 지난 정권에서 적극행정을 한 대가였다. 심지어 정권이 바뀌지 않았는데도, 국정과제 수행을 이유로 감사와 수사를 받는다. 하필 감사와 수사를 하는 해당 기관의 장들은 야권의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공직사회에 공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의 순간이 오고 있다.
집권세력과 공직사회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어느새 '운명공동체'가 됐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결과 발표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우리뿐 아니라 너희(공직사회)도 죽는다'는 신호가 끊임없이 나온다. 자의든 타의든 집권세력에 협조할 수밖에 없도록 프레임이 짜였다. 적극행정의 강조는 '정권에 끝까지 충성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공직사회가 소신껏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지지하던 안전판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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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로 보면 감사원과 검찰도 적극행정을 수행 중이다.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다. 선한의도를 배제할 순 없다. 부정과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절실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 전반에 퍼진 정치과잉은 이러한 선한의도 조차 덮는다. 우리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공직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깨진 접시는 누구도 다시 붙여주지 않는다는 걸 다들 안다. 차라리 먼지가 수북히 쌓인 접시라면 차후에 쓰임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꼭 필요한 정책들이, 공직자들이 국민에게서 멀어진다. 이 시국에 '접시론'이 한가롭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