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 부행장은 왜 하필 이 시점에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설명했다. 항공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오래 전부터 고민했고 답은 '규모의 경제'였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항공산업을 키우는데 우리 항공산업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고민의 시작"이라며 "항공업 M&A(인수합병)에서 타 업종의 SI(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항공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신속히 딜이 성사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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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를 산은이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솔직한 답도 내놓았다. 최 부행장은 "구조조정을 많이 해 봤지만 산업적으로 (아시아나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며 "서비스산업, 특히 안전을 다루는 국가기간산업의 항공사를 채권단이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 딜이 무산되면 산은은 아시아나를 살리기 위해 출자전환 등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서야 한다. 산은 자회사가 된 아시아나를 되팔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최 부행장은 "산은이 대주주가 되면 공개매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국가계약법에 따라 이런 딜은 어렵다"고 말했다.
"딜 무산시, 아시아나 5년 내 이자 갚기에도 허덕…통합시 연 3000억원 비용절감"아시아나가 채권단 관리 아래 놓이면 막대한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 최 부행장은 딜이 무산돼 채권단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관리하면 운영자금 1조3000억원을 포함해 내년에 총 4조원 이상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최 부행장은 "국민에 대한 선량한 관리의무가 있는 산은으로선 정책자금을 최소화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정책자금 회수도 중요한데 이대로라면 5년 뒤 아시아나로부터 정책자금 회수가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 부채가 10조원을 넘어가면 연 이자만 5000억원에 달한다"며 "5년내 이자상환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이고 2027년쯤엔 회사의 밸류(가치)가 남아있을까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이뤄지면 리스 등 이자비용과 보험료, MRO(항공정비) 등 분야에서 비용절감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항공사 통합에 따라 연간 3000억원의 수익증대와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란 삼일PwC의 추정 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또 "해외 항공사들의 평균 탑승객이 미국 3%, 유럽 4% 증가할 때 합병회사들은 미국 12%, 유럽 7% 증가했다"며 "통합에 따른 효과를 입증할 만한 지표들이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 안 줄인다…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 부행장은 "여러 예측되는 논란을 모두 검토했으나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고용"이라고 했다. 이어 "여행과 관광, 숙박 등 항공산업이 어려워지면 연관산업 고용에 미치는 여파는 엄청 크다"고 덧붙였다.
최 부행장은 항공산업의 '복원력'을 강조하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항공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없는 게 아니다. 순환 유·무급휴직 등 현재 수준의 '고통 감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는 "비행기를 줄이지 않는 한 사람은 줄지 않는다"며 "노후 비행기 등 일부 팔거나 반납해야 하는 비행기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KCGI보다 산은이 더 행동주의…해임하는데 백기사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나 '백기사'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기업구조조정 실무 담당자로서의 경험을 들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어려워지면서 일시적으로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기본적으로 '정상업체'"라며 "그럼에도 조 회장이 1700억원 규모의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내 놨다"고 했다.
산은은 이를 비롯해 7가지의 경영 감시 장치를 마련했다. 핵심은 '해임권'이다. 경영진을 해임하는데 어떻게 백기사가 될 수 있느냐는 게 산은의 논리다. 최 부행장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경영평가위원회 평가를 통해 한진칼이 'E등급'이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현 경영진을 해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딜의 핵심절차인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는 KCGI 측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그는 "행동주의라는 분들이 지금까지 (대한항공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했나"며 "국가의 돈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산은이) 더 행동주의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