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 정보' 몰래 넘긴 페북에 형사고발한 정부…어떤 정보길래(종합)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조성훈 기자 2020.11.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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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당혹'

2018년 3월21일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 당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사무실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2018년 3월21일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 당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사무실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페이스북이 지난 6년 동안 당사자 동의 없이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제3의 사업자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정부로부터 67억원 과징금 제재를 받고 형사고발까지 당했다. 국내에서 해외사업자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유로 형사 고발 조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정보보호 법률 위반에 따른 과징금도 역대 최대 규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전체회의에서 페북에 67억원의 과징금과 6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처분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8월 5일 개인정보위 출범이래 첫 제재로 향후 본격적인 개인정보 위반사례 발굴과 엄중 제재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페북은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은 개인정보를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돼 과징금 67억원을 부과받게 됐다. 사법부가 이 사안에 대해 혐의를 인정할 경우 최대 5000만원의 벌금이 추가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최소 330명 '페친 정보' 페북 로그인 이용 기업에 제공
조사 결과 페북은 2012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6년 동안 국내 페북 이용자 1800만명 중 최소 33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다른 사업자에 제공했다.

특정 이용자가 페북 로그인으로 본인 정보제공 동의를 하면 페북 외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페북은 이렇게 제3의 사업자에 제공되는 정보에 각 이용자의 '페이스북 친구(페친)' 정보까지 포함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이는 '페친' 개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다.

이렇게 제3자에게 넘어간 '페친'들의 개인정보에는 학력과 경력, 출신지, 가족과 결혼·연애상태 관심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정보위는 페북이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어서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페친' 정보가 최대 1만여개 앱을 통해 제공될 수 있었던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추정했다.

개인정보위는 2018년 3월 전세계 언론이 제기한 페북의 개인정보 유출 방조 논란을 계기로 페북에 대한 국내 피해 규모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영국의 한 데이터 분석 기업이 페북 회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페북은 이 일로 지난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미국 내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인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국내 과징금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규모로 매겼다는 것이 개인정보위의 설명이다. 페이스북의 전체 매출규모가 아닌 한국에서 위반 행위가 적용된 시점의 직전 3개년 평균 위반 사항 관련 매출액의 3%가 67억원 규모라는 것.

개인정보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규정상 최고금액을 책정했고, 67억원은 개인정보보호법규 위반한 과징금 중에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부연했다.

개인정보위는 조사 과정에서 페북이 거짓으로 자료를 제출하거나 불완전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를 방해하는 등의 혐의로 총 6600만원의 과태료도 추가로 부과했다. 개인정보위 조사가 시작되자 페북이 다른 사업자에게 '동의없는 개인정보' 제공을 중단한 시점과 관련된 증빙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페북이 이용자 비밀번호를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했다고도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결과 페이스북이 제3자 사업자에게 페이스북 친구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위를 나타낸 구조도 /사진=개인정보보호위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결과 페이스북이 제3자 사업자에게 페이스북 친구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위를 나타낸 구조도 /사진=개인정보보호위
페북 "당혹·유감"
페이스북은 이번 개인정보위 조치에 당혹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형사 고발까지 이뤄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 관계자는 이날 제재 발표 이후 "조사과정 전반에 걸쳐 최대한 협조한 저희 입장에서 개인정보위의 형사 고발 조치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이번 결정의 내용을 상세히 검토하지 못했기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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