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실적도 프로야구도 '연타석 홈런'…이런 게 택진이형 리더십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11.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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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창단 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김택진, 본업 게임 넘어 야구까지 평정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김택진 NC다이노스 구단주. 2020.11.23/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김택진 NC다이노스 구단주. 2020.11.23/뉴스1


"그 양반은 한가지에 꽂히면 거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스타일입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한번 결정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불도저' CEO로 정평이 나있다. 공격적 경영 스타일의 원천은 무모함이 아닌 성공에 대한 확신이다. 그는 자신의 선구안을 믿고 오롯이 그 일에 매달리며 애정을 쏟는다.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NC다이노스도, 올해 연 매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엔씨소프트도, 김 대표의 확신으로 이룬 결과물들이다.

'안될거라 했는데'…9년만에 이룬 통합 챔피언…과감한 투자에 자사 기술 접목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NC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순간, 구단주인 김 대표는 그라운드로 달려나갔다. 엔씨소프트 간판게임 '리니지'의 아이템인 '집행검'으로 선수들과 세러모니를 완성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창단 9년, 우여곡절 끝에 이룬 통합 챔피언이었다. 정규 리그 1위가 확정된 날 "창단 때 꿨던 꿈 하나를 이뤘습니다. 이제 다음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라던 김 대표의 '다음 꿈'이 이날 이뤄진 셈이다.



불과 9년전만 해도 상상치 못한 장면이다. NC는 창단부터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11년 9번째 구단으로 KBO리그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공개적 반대와 까다로운 심사기준 등으로 잡음이 나왔다. 연매출 1조원이 안되는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여력이 되겠냐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때 김 대표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됐다. 당시 김 대표는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사재를 털어도 될만큼 NC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다.

김 대표는 NC 창단 이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인력을 보강했고 시스템을 손봤다. 2018시즌 종료 후 양의지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를 반영해 4년 최대 125억원이라는 빅딜을 성사시킨 것이 신의 한수였다.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며 김 대표의 투자가 옳았다는 것을 보란듯이 입증했다.



김 대표가 야구에 자사 데이터 기술을 접목시킨 것도 NC의 우승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엔씨소프트는 3개월 동안 자체 개발한 ‘D-라커’라는 전략 분석 프로그램을 선수단에게 제공했다. NC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원은 엔씨소프트가 지급한 최신형 태블릿PC로 이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상대팀 선수의 장단점은 물론, 최근 경기성적 등 모든 데이터를 바로 구할 수 있었다. NC 선수들에게는 별도의 전력분석관이 필요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김 대표는 팬들도 챙겼다. 연고지인 창원에 새 야구장 창원엔씨파크를 지었다. 창원엔씨파크는 국내 야구장 중에서 가장 관중 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히며 팬들을 야구장으로 이끌었다. 야구단의 관중 수입은 물론, 선수들의 기를 북돋는 효과도 계산한 판단이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연매출 2억에서 2조원으로…자체 IP 집중하며 수익 극대화
NC의 성장 과정은 모회사인 엔씨소프트와 결이 같다. 올해 연매출 2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엔씨소프트에도 김 대표의 경영 스타일이 고스란히 배여있다. 현대전자에서 퇴사한 후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업한 김 대표는 리니지 개발에 전 재산을 쏟았다. 당시 집도 팔고 큰 빚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 확신이 들면 올인하는 그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1998년 그렇게 탄생한 ‘리니지’는 가파르게 성장하며 국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대를 열었다.


엔씨소프트는 여타 게임사들과 달리 자사가 개발한 게임을 전면에 세운다. 히트작 개발사를 인수한다거나, 타사의 IP(지식재산권)를 사들이지 않았다. 오직 자체 개발한 IP를 키우는데 집중했다. 장르도 MMORPG에만 주력했다. PC온라인게임 리니지를 모바일로 이식한 리니지M, 리니지2M을 출시하며 모바일 게임시장을 선점한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상이다. 그 결과, 창업 당시 연매출 2억원 수준이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 리니지 IP를 이용한 후속작들 덕에 지난해 매출 1조7151억원, 국내 3위 게임업체로 성장했다. 다소 고집스러워 보일 수 있더라도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공들인 성과로 평가 받는다.

도전 멈추지 않는 김택진…본업 게임 넘어 금융·엔터로 확장 꿈꾼다
엔씨소프트라는 사명은 '다음 회사를 구상한다'는 의미로 불렀던 ‘Next Company’의 약자 NC에서 비롯됐다. 이후 ‘영화를 뛰어넘는 게임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Next Cinema’,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사가 되자’는 뜻에서 ‘Never ending Change’ 등으로 변모했다. 공통점은 모두 도전의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쟁업체인 넥슨, 넷마블 등과 달리 창업주로서 유일하게 현직에 남은 것도 직접 하고 싶은 게 많아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최근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해 자회사 '클렙'을 만들었고, KB금융그룹과 AI 기반 투자자문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게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금융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본업인 게임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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