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이 조원태 '백기사'라고?…"경영 감시 위해 주주로 나선 것"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박광범 기자 2020.11.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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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감시 위한 이사회 참여 위해 보통주 참여…통합 대한항공 주식도 확보해 사외이사 추천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KDB산업은행과 전문가들은 산은이 한진칼 주식을 보유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가 되려는 게 아님을 강조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항공업 재편 과정에서 한진칼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산은은 조 회장이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퇴진시킨다는 방침도 세웠다.

앞서 산은은 지난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골자로 한 '항공운송산업 재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산은은 한진칼에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등 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진칼 경영권을 노리는 KCGI는 지난 18일 법원에 "경영권 분쟁 중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건 무효"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날 오후 5시 서울중앙지법에선 KCGI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의 첫 심문기일이 열린다.

KCGI 주장에 대해 산은은 여러 차례 이번 보통주 투자가 '백기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6일과 19일 두차례에 걸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조 회장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경영성과가 미흡하면 조 회장을 퇴진시킨다는 게 산은의 방침이다.


산은은 지난 23일에도 자료를 내고 항공산업 구조 개편을 위해선 한진칼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은 물론 LCC(저비용항공사)와 항공 자회사 기능 재편의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은이 항공업 재편을 위해 나서려면 보통주 투자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항공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본질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국민세금을 제대로 쓰면서 아시아나의 부실을 처리하고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KCGI가 경영권에만 욕심을 내니 백기사 프레임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대출이 아닌 보통주 투자를 택한 건 한진칼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선 이사회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채권자로서는 사외이사를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조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산은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3명까지 더해지면 한진칼 이사회에서는 조 회장보다 사외이사 입김이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산은은 한진칼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이사회에도 참여한다. 이를 위해 산은은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대한항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를 사들였다. 산은은 통합 대한항공에도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보낼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진칼 보통주 투자는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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