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노홀딩스, 바이오사업 제동…베노바이오 주총 효력 정지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0.11.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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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바이오(옛 노웨어바이오) 인수를 위한 주주총회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베노홀딩스가 추진하는 바이오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베노홀딩스가 베노바이오에 투자한 전환사채 발행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트루베스트와 이풍규씨가 베노바이오, 김성욱·정집훈 대표를 대상으로 제기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번 판결로 지난 8월 18일 열린 베노바이오 주총에서 처리된 △발행주식 총수 확대 △제3자 배정방식 신주발생 시 발행사유 확대 △전환사채 발행규모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 및 전환기간 제한 조항 삭제 △대표이사 수 제한 등의 정관 변경안건과 이풍규 이사 해임 등 안건의 효력이 정지됐다.



연구자 김성욱 대표와 2대 주주 이풍규 이사 소송전 이유는?
베노바이오는 사명변경 전 기업이 노웨어바이오로, 2018년 7월 후성유전학과 세포 내 산화-환원(Redox) 생화학 분야 전문가 김성욱 대표와 이풍규 이사가 공동설립했다. 후성유전학적 인자인 브로모도메인4(Bromodomain, BRD4)를 기반으로 당뇨, 유방암, 전립선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노웨어바이오는 지난해부터 신규 자금조달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COIVD-19) 영향으로 난항을 겪었다. 김성욱 대표가 셀트리온 출신인 박형준 벨에어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정집훈 베노홀딩스 대표를 만나면서 투자 논의가 빠르게 진행됐다.

노웨어바이오는 지난 7월 이그잭스가 주당 7000원에 3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베노홀딩스가 주당 5000원에 1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투자했다. 이후 베노홀딩스는 이그잭스의 유상증자 물량을 모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풍규 이사는 기업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 및 CB 발행이 추진됐다고 반발했다.

결국 베노바이오는 유증 납입 이후 CB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 및 이풍규 이사 해임건을 처리하기 위해 주총을 소집했다. 두 안건은 모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내용이다.

의결권 제한 두고 이견, 법원은 이풍규 이사 손 들어줘
8월 18일 열린 주총은 7월 31일 기준 주주명부의 주주를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의장인 김성욱 대표는 이풍규 이사 관련 주식 6만주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반발한 이풍규 이사가 김성욱 대표의 의사봉을 빼앗아 소란이 일었고, 3명의 주주 대리인이 주총장을 이탈해 돌아오지 않자 김 대표가 주총을 그대로 진행했다.

주총 안건은 출석 주식 수 239만1272주 중 찬성 161만6145주, 반대 77만4127주로 모두 처리됐다. 이에 이풍규 이사는 "의결권을 제한한 6만주와 김 대표에게 반발한 뒤 주총장을 이탈한 2만7872주를 반영하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주장하는 사유나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문제가 된 6만주는 주주명부에 기재돼 있었으므로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6만주를 포함할 경우 찬성이 65.97%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이 안된다. 각 안건에 대한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인수는 문제 없지만, 전환사채 발행부터 재검토해야

이번 판결로 베노홀딩스가 추진한 베노바이오 사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우선 베노바이오의 전환사채 발행 규모를 100억원을 늘리는 정관변경의 효력이 정지된다. 따라서 베노홀딩스가 투자한 100억의 전환사채 발행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베노홀딩스 입장에서는 다시 이사회를 열어 1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을 재추진하면 되지만, 회사의 신뢰도에는 타격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오 사업 추진 기대감에 베노홀딩스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베노홀딩스가 베노바이오의 이사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또 베노홀딩스는 최근 베노바이오가 주당 3000원에 진행한 주주배정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분율이 크게 올라갔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이사회 흠결이 있더라도 신주발행이 무효화되지 않는다.

변수는 이풍규 이사의 추가 소송이다. 이풍규 이사는 김성욱 대표의 횡령·배임의 건에 대한 추가 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노홀딩스 관계자는 "본안 소송에서 주총의 효력에 대해서 다시 다툴 예정"이라며 "이와 별개로 빠른 시일 내에 주총을 개최해 문제 안건들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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