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머니투데이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콘텐츠 사업자들이 제작하는 콘텐츠 가치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Program Provider)와 종편의 콘텐츠 경쟁력과 점유율이 지상파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상승하며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콘텐츠 사업자들이 인기 콘텐츠 제작을 위해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온 결과다.
게다가 글로벌 OTT의 핵심 상품으로 K-콘텐츠가 급부상하며 세계시장에서 국내 콘텐츠에 대한 인식도 확연히 바뀌고 있다. 영화 '기생충'을 시작으로 드라마 '킹덤' 등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한류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핑크퐁이나 신비아파트 등 애니메이션까지 해외 OTT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기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 입장에선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늘린 만큼 플랫폼과의 새로운 거래협상 시 기존보다 높은 대가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콘텐츠 경쟁력이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 시장 발전 방향을 볼 때, 앞으로 PP사업자의 콘텐츠 가치에 대한 인상 요구는 필연적으로 거세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국내 PP의 프로그램 사용료 매출을 살펴보면 해외에 비해 국내에선 콘텐츠의 가치가 터무니 없이 저평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SNL Kagan 자료에 따르면 미국 PP의 경우 한 해 동안 사용한 프로그램 투자비의 약 122%를 플랫폼사가 지불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로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PP는 프로그램 투자비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 매출액이 고작 40% 수준에 불과하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는 국내 PP 사업자가 글로벌 히트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있어 발목을 잡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국내 PP들이 해외 플랫폼에 우선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선 콘텐츠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국내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가 지속되기 위해선 콘텐츠 가치에 맞는 사용료 지급이 이뤄지고, PP는 이를 다시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 구축이 필수적이다. 콘텐츠 가치 저평가 관행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