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사명에는 왜 이렇게 '스톤'이 많을까? 작명의 비밀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1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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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월가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빅히트 (172,900원 ▲3,000 +1.77%) 상장 직후 주가 급락을 이끈 주인공은 '메인스톤 유한회사'다. 4대 주주였던 이들이 상장 직후 증시에서 막대한 물량을 던지면서 주가가 하락했고 이들의 이름도 자연스레 화제가 됐다.

해당 유한회사는 지난해 설립돼 시장에 정보는 거의 없었지만 이름만큼은 낯설지 않았다. '스톤(STONE)'이라는 이름을 IB(투자은행) 업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나 VC(벤처캐피탈), 자산운용사들에서 자주 마주친다.

세계 최대 PEF로 일컬어지는 블랙스톤을 비롯해 최근 KMH (3,815원 ▲20 +0.53%)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키스톤PE, IMM PE에서 갈라져 나온 스톤브릿지캐피탈, 호반건설 자회사인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 중견 PEF인 코스톤아시아, 글로벌 사모펀드 그룹인 스텝스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도 비슷한 작명이다.



각각의 이름이 가진 뜻은 조금씩 다르다. 스톤브릿지는 말 그대로 돌다리라는 뜻이다. 코너스톤은 주춧돌, 스텝스톤은 디딤돌, 키스톤은 아치형 석조건물의 꼭대기에 들어가는 핵심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활용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돌을 뜻하는 '스톤'이 공통적으로 들어간다.

유독 IB나 운용업계에서 이 같은 작명이 많은 이유는 PEF의 본거지, 미국에서 돌이 갖는 특수한 이미지 때문이다.

안정적 금융상품의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운용사들이 돌 특유의 묵직함, 안정감, 튼튼한 이미지를 빌리기 위해 스톤을 사명에 넣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증권사와 달리 자산운용사나 PEF는 고객과 신뢰가 가장 우선시되는 덕목이다. 이들은 단기의 이익을 좇기보다 장기적으로 상품을 운용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PEF는 펀드 만기가 보통 10년이고 자산운용사의 펀드들도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상품이다.

그리스 아테네 신전 / 사진제공=뉴시스그리스 아테네 신전 / 사진제공=뉴시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신전 등 단단한 건축물을 지을 때 돌을 자주 사용했다. 서양 건축양식의 대표격인 그리스 양식이나 고대 로마 양식을 찾아보면 쉽게 알수 있다. 목조가 많은 동양 건축양식과 사뭇 다르다.

미국 뉴욕 핵심부인 맨해튼이 편암 지반이라는 점도 돌에 대한 안정감을 높인다. 맨해튼이 인류 최초의 현대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돌로 된 튼튼한 지반이 한몫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PEF 사명에는 왜 이렇게 '스톤'이 많을까? 작명의 비밀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그룹의 영향력도 크다. 블랙록자산운용은 1995년 모회사인 블랙스톤그룹에서 자산운용부문을 떼내 독립한 회사다. 이에 사명도 자연스레 블랙스톤을 닮아 블랙록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랙스톤과 블랙록이 승승장구하면서 스톤에 단단하고 신뢰감이 가는 금융사라는 이미지가 더해졌다"며 "증권사들은 고객 돈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지만, 운용사는 고객 신뢰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런 작명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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