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온도·촉감 동시에 느끼는 전자피부 나왔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1.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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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피부를 실제로 밀었을 때의 인식 이미지. 접촉한 부분의 온도변화, 힘의 방향을 정확하게 인식한다./사진=포스텍전자피부를 실제로 밀었을 때의 인식 이미지. 접촉한 부분의 온도변화, 힘의 방향을 정확하게 인식한다./사진=포스텍


사람 피부처럼 온도 및 외부 자극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얇은 인공 피부가 개발됐다.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정운룡 교수·유인상 박사,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온도와 기계적 자극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다기능성 이온-전자피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기술은 향후 촉감을 잃은 환자의 재활이나 인간과 유사한 감각을 가진 로봇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인간의 피부 속에는 꼬집거나 비틀거나 미는 등의 다양한 촉각과 뜨겁거나 차가운 온도를 감지할 수 있는 촉각 수용체가 있다. 인간은 이 수용체로 기계적 자극, 온도 자극을 구분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전자피부는 사람 피부처럼 두 개의 자극을 동시에 인지하지 못한다.

연구팀은 인간 피부의 촉각 수용체가 전해질로 가득 차 있어 변형이 자유로우면서도 망가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해질을 함유한 이온 전도체 소재가 측정 주파수에 따라 측정할 수 있는 성질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 촉각·온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다기능성 인공 수용체를 만들었다.



이 전자피부는 꼬집기, 벌림, 비틀림 등 갖가지 움직임에 대해 힘을 가한 방향, 늘어난 정도, 힘을 가한 물체 온도 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피부는 ‘전극-전해질-전극’의 간단한 구조로만 만들어져 상용화에서도 큰 이점을 가진다.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변형할 수 있으면서도 온도를 함께 감지하는 ‘다기능성 이온-전자피부’는 웨어러블(착용형) 온도센서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해질을 이용한 전자피부 연구의 포문을 여는 첫 단계”라며 “최종목표는 인간의 촉각 수용체와 신경 전달을 모사한 인공 전자피부를 만들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피부나 장기의 촉각 기능을 잃은 환자들의 촉각을 복원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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