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도 부분파업…정년연장·해고자 복직 등 요구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우경희 기자 2020.11.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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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도 부분파업…정년연장·해고자 복직 등 요구


한국GM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결국 파업 수순을 밟게 됐다. 앞서 조기 합의를 이끌어낸 현대자동차 노사와 달리 임단협(임금단체협상)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서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에 따른 수출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까지 겹칠 경우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관련 협력업체 전반에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이미 1만5000대 이상 생산차질이 발생한 한국GM은 국내 철수가 현실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 24일부터 부분파업…기본급 인상에 정년연장·해고자 복직까지 요구
1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동조합은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는 24일부터 나흘간 부분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아울러 내일(20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최종태 지부장과 5개 지회장들이 삭발식을 진행하고 항의 서한을 회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임금인상 여부를 두고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게 파업 결정의 주된 요인이다. 기아차 사측은 지난 16일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을 비롯해 성과격려금(기본급의 150%+120만원+재래상품권 20만원+우리사주) 지급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기본급 12만304원 인상이라는 원안을 그대로 고수해왔다.



노조는 또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전기차·수소차 전용라인 및 핵심부품(PE) 공장내 전개 △상여금 통상임금 확대 적용 △주간 연속 2교대 잔업 30분 복원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노동 이사제 도입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노조의 파업 결정에 기아차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공백을 여전히 메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파업이 이어질 경우 이미 악화된 경영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어서다. 기아차 관계자는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라며 "사회적 우려와 위기감이 고조되는 만큼 노조는 계획된 파업을 철회하고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핸다"고 촉구했다.

한국GM 파업에 2만대 생산차질…철수설 현실화되나
현재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인 한국GM은 철수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지난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향후 몇 주 안에 파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장기적인 영향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연간 500만대를 생산하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GM의 철수를 시사한 셈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4시간씩 파업을 단행한데 이어 6일과 9~10일, 11~13일에도 주야간 4시간씩 파업을 이어갔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4번째 부분파업은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GM 사측은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으로 800만원을 나흘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최종 제시한 상태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의 파업이 지속되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생산 차질이 지속되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해 부품 공급망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임단협 타결을 호소했다.

협신회측은 한국GM 노조의 부분 파업이 진행되면서 지난달 5064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달 18일 기준으로는 총 1만3400대까지 손실 규모가 늘어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달 말까지 파업이 이어진다면 생산 손실이 총 2만2300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일 한국GM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한국GM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임단협 타결을 호소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GM 협신회19일 한국GM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한국GM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임단협 타결을 호소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GM 협신회
한편 현대차 (250,000원 ▼2,500 -0.99%)의 경우 지난 9월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한 무분규 임단협 합의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우선 헤쳐 나가자는데 노사가 함께 공감하면서다. 하지만 이같은 기조는 다른 완성차업체의 임단협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GM과 기아차 뿐만 아니라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 10월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는 최근 "한국시장에 남아있길 강하게 원한다"며 이례적으로 노조를 의식한 발언을 내놨지만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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