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올라서 손실? 울상짓는 기업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11.2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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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BW·전환우선주 등 전환권(옵션), 주가 오를수록 손실 반영폭 증가.. 흑자기업이 대규모 순손실 기업 되기도

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헬싱키·르아브르 호 르포 /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헬싱키·르아브르 호 르포 /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과거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을 발행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울상을 짓는다. CB의 전환청구권, BW의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해당 권리(옵션)의 가치가 높아졌고 회계기준에 따라 해당 권리의 가치상승분이 고스란이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된 탓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결산보고서 제출을 전후해 17개 상장사들이 파생상품 거래 손실 발생 사실을 공시했다. 코스피에서는 HMM (15,080원 ▲230 +1.55%)과 비티원 등 2개사가, 코스닥에서는 수젠텍 (5,380원 ▼70 -1.28%), 소마젠, 유바이오로직스 등 15개사가 있다.



해운업체 HMM은 올 3분기 1조7185억원의 매출에 277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246억원에 그쳤다. 증권업계의 순이익 전망 평균치(2605억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3분기에만 1154억원에 달한 탓에 순이익이 확 줄어든 것이다. 이 손실의 규모는 HMM 전체 자기자본(1조5921억원)의 7%가 넘는 큰 규모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제외한 게 매출총이익이고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한 게 영업이익이다. 여기에서 다시 금융손익을 빼고 법인세를 제하면 순이익이 된다.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이 영업외손익에 해당하는 금융손익에 잡힌다.
주가 올라서 손실?  울상짓는 기업들
2771억원의 영업이익이 있었음에도 순이익이 246억원에 그친 것은 2016년 12월 HMM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의 전환청구권 때문이었다. 당시 CB의 전환청구권 행사가액은 5000원, 현재 주가(1만255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금 당장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CB투자자는 15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CB의 전환청구권은 내년 6월말까지 행사가 가능하다.

현행 회계기준은 CB 전환청구권,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 등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옵션)의 가치를 매분기말 평가해 이를 손익계산서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행사가격에 비해 주가가 오를수록 비용이 더 커지는 구조다. 주가가 빠지면 되레 파생상품 거래 이익이 발생해 손익계산서에 반영이 된다.

회계상 정의에서 비용은 기업에서 자산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항목으로 정의가 되지만 이 전환청구권, 신주인수권과 관련한 비용은 현금유출이 없다. 이 때문에 HMM도 3분기 보고서를 내던 날 별도의 공시를 통해 파생상품 손실 사실을 알리면서 "현금유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별도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손익계산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인 초록뱀 (5,400원 ▼250 -4.42%)은 올 3분기 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는데 당기순손실 규모는 506억원에 이른다. 2018년 발행한 전환우선주, 지난해와 올해에 거쳐 발행한 CB의 전환청구권의 가치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모바일 통신부품 등을 만드는 알에프텍 (3,915원 ▲5 +0.13%)도 3분기 39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지난해 초 발행한 CB 전환청구권과 관련한 평가손실 170억여원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4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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