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배우 그리던 작가, 10대 소녀를 캐치하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11.20 05:55
샹탈 조페, 국내 첫 개인전 ‘틴에이저스’…무심한 듯, 불안한 듯, 허무의 눈빛 투영하는 ‘다양한 10대의 초상’
샹탈 조페 'Esme', Oil on canvas. 180×120㎝, 2020. /사진제공=리만머핀 서울 1990년대 포르노 여배우를 그리던 작가는 그 배우들의 생기 없는 눈에 주목했다. 실제 삶이 불행하더라도, 작품 안의 그녀들은 살아있기를 바랐던 까닭에 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 작가의 대상이 된 초상들은 포르노 배우들에 국한하지 않았다. 패션모델, 문학작품 속 주인공 등 빛나고 허물어지고 실패하고 환희에 찬 모든 인물이 작가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2004년 딸 에스메가 태어나면서 그의 주된 붓질은 10대 소녀들로 향했다. 딸을 중심으로 딸과 관계된 모든 10대가 대상인데, 그 작품들은 언뜻 스치고 지나가기에는 단정 지을 수 없는 해석이 넘친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막해 내년 1월 29일까지 이어지는 샹탈 조페의 국내 첫 개인전 ‘틴에이저스’(Teenagers)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 속 10대들은 어딘지 모르게 냉정 또는 냉랭하다. 차가운 기운이 눈빛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지만, 독기보다 허무의 감성에 가깝고 관계보다 주관의 늪에 빠져 있는 듯하다.
샹탈 조페. 딸 에스메의 친구(왼쪽)와 높이 3m의 조카를 그린 대형 회화. Oil on canvas. /사진제공=리만머핀 서울 10대 소녀들이지만, 2년 전과 후의 모습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성장의 깊이와 넓이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고 10대 소녀의 차가운 눈빛이 어느 순간 세상을 깨달은 40대 원숙한 실존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분위기를 맛볼 수도 있다.
10대들로부터 어떤 정답을 찾아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는 사실을 그의 작품들은 고스란히 증명해낸다. 무관심, 불안, 허무, 실존이 섞여 무게감이 제법 그럴싸하다. 30㎝ 소회화부터 3m 대회화까지 선보인다.
2층 계단에 숨어있는 듯 걸린 유일한 10대 소년의 초상화는 매 시각 변하는 ‘아이어른’의 감정을 두루 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가 넘친다. 이 작품은 이미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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