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3승'…동학개미가 이끈 공모주 개편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조준영 기자 2020.11.1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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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3승'…동학개미가 이끈 공모주 개편




“동학개미가 해냈다.”




최근 공모주 투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높은 관심이 결국 IPO(기업공개)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높은 투자 수요가 올해 공매도 금지, 주식 대주주 과세 기준 유지에 이어 공모주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냈다.

◇동학개미의 승리
금융당국의 공모주 제도 개선 방안의 핵심은 개인 투자자 물량 확대와 균등 배정이다. SK바이오팜부터 시작된 개인 투자자의 높은 공모 시장 투자 수요를 금융당국에서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배정 물량 20%가 기관에 비해 적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수천만원을 증거금으로 내고도 1~2주를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량 확대의 경우 기관 물량을 줄이는 대신 우리사주조합 미청약 물량, 하이일드펀드 물량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우리사주조합의 미청약물량의 최대 5%까지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한다. 미달물량이 5% 미만인 경우엔 미달물량 전부를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한다. 우리사주조합은 코스피 20%, 코스닥 20% 이내에서 공모주 우선배정을 받지만 그동안 청약비달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미달 물량은 기관투자자가 챙겼다.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우선배정물량(10%) 중 5%도 일반청약자에게 이전한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과 코넥스 상장주식을 45% 이상 보유하고, 국내채권을 60% 이상 보유한 펀드를 말한다.


◇고액자산가 특혜·‘영끌’ 없앤다
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
균등 배정 방식 도입도 긍정적이다. 고액자산가의 ‘돈폭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에선 돈(증거금) 많이 낸 사람이 그만큼 많은 공모주를 받아가는 현상을 빗대 ‘돈 폭력’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균등 배정은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된 공모주 물량 중 50%는 증거금 규모와 상관없이 청약에 참여한 개인 모두에게 같은 수량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나머지 50%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증거금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인기 종목의 공모주의 경우 거액의 증거금을 마련할 수 없는 소액 청약자의 참여 기회가 없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예컨대 공모주 100만주에 10만명의 청약자가 몰렸을 때 균등 방식 물량 50만주를 청약자수(10만명)으로 나누면 최소 5주는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IPO 주관사가 일부 재량을 발휘해 배정 방식과 구조를 조율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는 균등 배정 방식으로 일괄청약, 분리청약, 다중청약 등을 을 제시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소액 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IB 업계 관계자는 “일부 물량의 균등 배정 방식이 도입된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균등 배정 방식 도입으로 소액 투자자도 최소 물량 확보가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증거금을 모으기 위해 대출 등 빚에 의존하는 사례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선안에 담긴 공동 주관사 중복 청약 방지 역시 일부 고액 자산가의 거액 베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액 투자자의 경우 자금력의 한계 때문에 중복 청약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침체되면 역풍 우려
한편에선 공모주가 무조건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닌데, 최근 분위기에 편승해 개인 배정을 확대하면 향후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공모주 배정 방식 개편은 공모주가 많은 수익을 올리는 투자 상품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공모주는 얼마든지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인데 왜 균등 보상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최근 공모주 급등은 유동성과 과열 열풍 영향인데 공모주의 주가 변동성을 고려하면 이 시점에서 왜 개인 배정 물량을 늘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공모 펀드 활성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공모 시장 문제의 핵심은 빅히트 사례에서 부각된 것처럼 신규 상장 기업의 높은 주가 변동성”이라며 “개인 배정 물량 확대는 오히려 이 같은 주가 변동성을 더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공모 과정에서 과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 위주의 투자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 게 중요한데, 당국의 제도 개편안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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