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중국 반도체 대표 기업인 칭화유니의 회사채 디폴트
중국 반도체 자립을 대표하는 기업은 칭화유니다. 칭화유니는 중국 명문대 칭화대가 설립한 칭화홀딩스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칭화유니는 반도체 설계기업인 쯔광잔루이(UNISOC),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인 창장메모리(YMTC)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디폴트 발생 후엔 칭화유니의 기업 신용등급과 회사채 신용등급이 AA에서 BBB로 추가 하향조정됐다.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까지 하락한 건데, 언제 투기등급으로 하락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됐다.
지난 16일 칭화유니 채권자 회의에서는 원금 일부와 이자를 선상환하고 나머지 원금은 만기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 채권자 중 86.15%만 찬성하고 나머지는 반대하거나 기권해서 안건이 부결됐다.
문제는 칭화유니가 상환해야 할 회사채가 무려 177억 위안(약 3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오는 12월 10일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의 달러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위안화와 달러화 회사채 규모도 각각 51억 위안(약 8670억원)과 10억5000만 달러(약 1조16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칭화유니가 발행한 회사채 대부분은 거래 중지됐고 80% 넘게 가격이 폭락한 회사채도 있다. 칭화유니의 부채비율이 216%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디폴트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칭화유니의 총부채는 1567억 위안(약 26조6400억원)에 달하며, 영업실적은 여전히 흑자전환하지 못한 상태로 33억8000만 위안(약 575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더구나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부채가 814억 위안(약 13조840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52%에 달한다.
◇중국 국유은행의 막대한 여신지원
여기까지 보면 칭화유니가 당장 파산할 것 같지만, 그래도 살아날 구석이 있다. 칭화유니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기업으로서 중국수출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베이징은행 등 중국 국유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여신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칭화유니가 받은 여신한도는 2958억 위안(약 50조3000억원)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1555억 위안(약 26조4000억원)은 미사용 상태다.
향후 칭화유니의 일부 회사채가 디폴트 될 수는 있겠지만, 칭화유니 회사가 파산할 확률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자오웨이궈(趙偉國) 칭화유니 회장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다. 2018년 4월 시진핑 주석이 칭화유니의 우한 반도체 공장을 시찰했을 때 자오 회장이 수행하는 장면을 중국 중앙방송(CCTV)를 통해 수억 명의 중국인이 시청했다. 2015년 미국 D램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사를 2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회사도 칭화유니다.
결국 중국 반도체 산업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는 칭화유니를 중국 정부는 어떻게든 유지시키려 할 것이다. 또한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인 반도체산업은 진입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집중되기 때문에 지금 손실이 나는 건 당연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면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 투자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칭화유니의 부채를 대신 갚아줄 수는 없다. 칭화유니는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자산매각을 통해서 자력갱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6월 칭화유니는 최대주주 및 2대 주주가 충칭 양강그룹과 전략적투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전략적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경우,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자산매각도 고려할 수 있다. 칭화유니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쯔광잔루이는 중국 커촹반 상장을 준비 중이며 창장메모리도 상장요건을 구비한 상태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길고도 험한 길이다. 중국 반도체 대표기업인 칭화유니가 회사채 디폴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우리도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향후 5~10년 안에 중국 기업들이 우리 반도체 기업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