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쓰는 광화문광장 재조성, 여론은…"코로나로 어려운데, 왜 지금?"

머니투데이 김현지B 기자 2020.11.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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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및 시민단체, 부암·평창동 주민들이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및 시민단체, 부암·평창동 주민들이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16일 권한대행 체제의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조성 사업에 착수한 가운데 이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도했던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공사는 광화문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방향) 차로를 쉼터와 나무가 있는 공원으로 만들고, 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뉘었던 양방향 통행은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방향)으로 몰아 차로를 7~9차선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누리꾼들의 찬반 논쟁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찬성 측은 차가 중심이 아닌 보행이 자유로운 광화문 광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반색하는 한편, 반대 측은 막대한 예산투입과 시장이 공석이 된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공사에 반발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공사는) 시민사회와의 논의 없는 기습 강행"이라며 "차기 시장 선거를 5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무리하게 졸속 공사를 추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윤은주 경실련 간사는 "시장이 바뀌면 공사를 중단할 수도 있는데 굳이 선거를 앞두고 사업을 추진하는 건 예산 낭비"라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대체로 싸늘하다. 관련 기사 댓글 창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해당 공사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누리꾼 'tj7*****'는 "하필 왜 지금 800억짜리 공사를 세금으로 진행해야 하냐. 코로나 때문에 민생경기 무너진 게 보이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어 "심지어 추진하던 시장도 없고 국민적 합의도 도출이 없는데 권한대행이 저렇게 추진하는 모습은 '단순 실적 올리기'로밖에 안 보인다. 할 거면 다 막든지 한쪽은 막고 다른 쪽은 도로고 대칭적 균형도 깨지고 미관상도 별로"라며 비판을 가했다.


가뜩이나 심각한 광화문 일대 교통난이 더 가중될 거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광장 서측 도로를 없애면 세종대로의 차로가 현재 12차로에서 7~9차로로 줄기 때문이다.

이날 실시간 온라인 브리핑에 참석한 시민 A씨는 "시위를 못 하게 서둘러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공사하면 통행도 힘들고 복잡해질 텐데 의도가 의심스럽다. 돈이 없다 하면서 자꾸 일만 벌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착공 기자설명회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착공 기자설명회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서울시는 지난 4년 간 시민들과 논의했던 결과라며 많은 소통을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박 전 시장이 현장 소통에 나섰을 당시 한 시민은 "온전한 광장을 위해 동상까지 모두 빼고 전면 보행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임창수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반대 의견이 시민 전체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권한대행 시기에 새 사업을 진행하는 건 안되지만 이미 결정된 사업은 진행되는 것이 맞다"며 "서울역에서 광화문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사람숲길 조성을 12월까지 완공하는 게 목표인 만큼 지금 사업이 이어져야 시민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해당 공사를 찬성하는 의견은 반대의 목소리에 비해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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